[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해운업 호황으로 몸값이 뛴 중고선이 새 선박 가격에 팔리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새 선박의 경우 지금 주문해도 2년 후 인도받기 때문에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중고선 인기가 치솟는 것으로 보인다.
12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중고선가 지수는 159.01포인트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지수인 87.95포인트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운임이 치솟고 있는 컨테이너 중고선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달 컨테이너 중고선 지수는 85.79포인트로, 전년 동월 35.09포인트와 비교하면 2.5배가량 올랐다.
중고선 가격은 새 선박보다 더욱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중고선가 지수가 올해 초보다 약 60% 치솟는 동안 신조선가 지수는 14%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 1~8월 초까지 세계 중고선 거래량은 1482척으로 전년 동기보다 154% 급증했다.
중고선 인기가 치솟는 건 물동량이 늘면서 빠르게 대응할 선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 선박은 주문에 들어가 건조하기까지 통상 2년여가 걸리기 때문에 지금 발주해도 당장 투입할 수 없다.
지난 1일 오전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가 컨테이너로 가득 차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 관계자는 "계속해서 운임은 오르고 선박은 부족하면서 노후 선박 수요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8년 전에 나온 선박이 새 선박 가격으로 팔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한 사모펀드는 스위스 선사 MSC에 2005년 건조한 8411TEU 컨테이너선 2척을 2018년 매입가의 5배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TEU는 6m 길이 컨테이너를 세는 단위다.
선사들은 노후 선박을 처분할 때 중고선으로 팔거나 해체(폐선)한다. 최근 철강 공급 부족으로 고철값이 최고점을 찍었지만 중고선 가격이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뛰면서 폐선은 줄고 있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의 폐선량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93.5%, 44.1% 감소했다. 다만 운임이 약세인 유조선은 전년보다 폐선량이 701% 증가했다.
중고선의 인기는 당분간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너선 시장을 중심으로 길게는 내년까지 해운업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에 따르면 지난주 운임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배 이상 뛴 4225.86을 기록했다. 컨테이너선 운임은 전통적인 성수기인 3분기에 진입하며 13주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철광석·석탄·곡물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 운임도 오름세다. 발틱운임지수(BDI)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지수는 3375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1510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전문가들은 해상 운임은 올 하반기에도 최고치를 계속해서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 시행과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 호조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2022년까지 수요 증가세가 계속된 이후 둔화할 것"이라며 "컨테이너선 공급의 경우 내년까지 부족 현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