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현대차(005380)의 '아이오닉5'와
기아(000270)의 'EV6'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오닉5와 EV6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탑재된 이른바 '이란성쌍둥이' 모델이다. 테슬라 등 경쟁사 차량 대비 저렴한 가격에다 긴 주행거리, 빠른 충전 속도 등이 구매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아이오닉5는 3976대가 팔리며 22대 판매에 그친 테슬라를 크게 앞섰다. 테슬라의 두 자릿수 판매량은 재고 부족 현상 때문이지만 현대차 첫 전용 전기차로서 의미있는 결과란 평가다. 6~7월 누적 기준으로도 현대차 아이오닉5는 7462대가 판매돼 모델Y와 모델3를 합쳐 4882대를 판 테슬라를 제쳤다.
아이오닉5의 국내 누적 판매대수는 이달 1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아이오닉5은 지난 2월 진행된 사전예약 첫날 2만3760대의 계약 실적을 올린 바 있다. 이는 올해 판매 목표인 2만6500대를 훌쩍 넘긴 수치다. 올 상반기까지 집계된 계약대수도 4만대를 돌파했다. 아이오닉5 차량 출고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 이대로라면 테슬라의 지난해 국내 기준 연간 판매량 1만1826대를 한 달 내 따라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이오닉5의 경쟁력으로는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차종 대비 긴 주행거리가 꼽힌다. 아이오닉의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429km다. 테슬라 차량 중 유일하게 5000만원대 안팎인 모델3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383km) 보다 길다. 아이오닉5의 가격은 4695만~5755원, 모델3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의 가격은 5479만원이다.
빠른 충전 속도도 아이오닉5의 장점이다. 전기차 전문매체 EV인사이드에 따르면 아이오닉5는 20%에서 80%까지 충전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5분에 불과해 1위에 올랐다. 2020년식 테슬라 모델3는 23분으로 측정됐다.
아이오닉5의 충전 속도가 빠른 이유는 800V 급속 충전 시스템 덕분이다. 아이오닉 5를 최대 전압으로 5분간 충전하면 약 96km를 갈 수 있는 전력이 확보된다. 대부분의 해외 브랜드 전기차는 400V 시스템을 적용했다.
기아의 EV6 사진/기아
EV6도 마찬가지다. EV6에는 아이오닉5와 같은 800V 충전 시스템이 탑재됐으며 주행거리도 롱레인지 트림 기준 475km로 아이오닉5보다도 46km 길다. EV6 롱레인지 모델의 가격은 5120만원부터다.
앞서 EV6는 사전예약 첫날 기아 승용 및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을 통틀어 역대 최대 기록인 2만1016대를 시작으로 사전예약 기간 동안 총 3만대가 넘는 예약대수를 기록했다. 3만대 중 70%는 롱 레인지 모델을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아이오닉5와 EV6의 더 큰 성공을 위한 과제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극복을 꼽고 있다. 실제로 아이오닉5의 일부 옵션 추가 차량은 여전히 반도체 공급 부족 영향을 받고 있다. 20인치 타이어 장착 '프레스티지' 트림을 비롯해 4륜구동, '파킹 어시스트' 등의 옵션을 선택한 고객에게 '납기 지연' 안내 문자가 발송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출시되는 현대차그룹의 차량들의 완성도가 글로벌 수준이기 때문에 세계 어디를 가도 통할 수 있다"며 "현 시점에서의 숙제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을 빨리 해소해 차량이 적시에 인도돼야한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