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공모주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신규 상장 종목 절반은 공모가가 희망밴드 최상단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금이라도 많은 물량을 확보하려는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 거래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하거나 코스닥시장에 이전, 신규 상장을 완료한 기업은 총 49곳(스팩, 재상장 제외)이다. 이중 절반에 달하는 24곳은 공모가가 희망범위 최상단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28개 기업이 상장했는데, 이 중 6개 기업이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이나 중간에서 확정 지었으며,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274090)의 경우 희망밴드 하단보다 할인된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 지었다. 이 기간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최상단을 초과한 기업은 6개 기업에 불과했다.
상장 주관사별로 공모가 상단을 초과한 기업이 가장 많은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나타났다. 총 11개 기업의 상장주선인으로 참여했으며, 이 중 7곳이 상단을 초과했다. 하나금융투자는 4곳에 참여해 4곳이 모두 공모가 상단을 초과했다.
상장사들이 수요예측에서 높은 공모가를 인정받는 것은 그만큼 공모주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해 초 공모주들의 높은 수익률을 확인한 기업과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 수익을 목표로 높은 가격에 베팅한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 공통으로 IPO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았고, IPO 경쟁률이 굉장히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 케이스가 많았다”며 “IPO가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하나의 영역으로 인식되면서 높은 공모가격에 대한 유인 요인도 강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공모시장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8월 중순까지 상장한 기업들의 일반청약과 수요예측 평균경쟁률은 각각 916대 1, 853대 1로 1000대 1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일반청약(1342대 1)과 수요예측(1300대 1) 모두 네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다만 높은 공모가에 투자 손실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황세운 연구원은 “크래프톤의 경우 이미 공모가격을 계속 하회하고 있다”며 “공모가가 점점 높아지면서 공모가가 하회하는 종목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는 투자자들도 공모가격의 적정성을 더욱 보수적으로 따져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크래프톤 일반 공모 청약일 서울시내 한 증권사 창구를 찾은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