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미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 우려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일부 산업의 생산 차질 지속 등 여파로 미국의 향후 성장 동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반박이다.
오히려 미국 경기는 양호한 소비, 투자 여건이 지속되고 확장적 재정 운용에 힘입어 장기적으로 견조한 회복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금리 인상·조기 테이퍼링 가능성 논란에 대해 "시기, 속도, 자산구성 등을 조절할 것"이라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급속한 경기둔화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평가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최근 미국 경제의 성장둔화 우려에 대하 평가' 보고서를 보면, 미국 취업자 수(비농업)는 지난달에만 94만명이 증가하는 등 고용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생산도 5~7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7월 소매판매 지수는 전월보다 1.1% 감소했다. 또 소비자신뢰지수는 5월 82.9, 6월 85.5, 7월 81.2를 기록한 후 감염병 확산 여파로 이달 70.2까지 급락한 상황이다.
특히 백신 접종이 정체되는 가운데 델타 변이 확산, 테이퍼링 조기시행 가능성 제기 등의 요인으로 향후 성장률 둔화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향후 미국 경제를 둘러싼 성장 둔화 요인 네 가지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모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국 성장률 둔화에 대한 리스크는 델타 감염 확산에 따른 경제활동 정상화 지연이 손꼽힌다. 소비 회복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백신의 중증 방지 효과와 누적된 학습효과로 경제의 감염병 민감도가 하락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추가적인 방역 강화의 가능성도 낮아 경제적 영향은 과거에 비해 적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급격한 경제 활동 재개로 일부 산업 생산의 회복세가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공급 병목은 공급능력이 수요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봤다. 향후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게 한은 측의 설명이다.
디지털·서비스 업종 중심의 빠른 노동 수요의 부작용에도 선을 그었다. 실업급여, 보육부담, 감염 우려 등으로 노동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일각의 예측에 대해 "추가 실업수당이 내달 종료되고 학교가 정상화되면서 노동 공급 부족도 완화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통화정책의 조기 정상화 가능성이 향후 경기 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봤다. 최근 미국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잇따르면서, 테이퍼링의 조기 시행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일 1.17%에서 14일 1.36%까지 일시 급등한 바 있다.
한은은 그간 연준이 일관되게 취해온 입장을 감안해볼 때, 테이퍼링 등 통화정책의 정상화 시 연준이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는 등 시기, 속도, 자산구성 등을 조절할 것으로 분석했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급속한 경기둔화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평가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경제는 향후 견조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최근 둔화 흐름은 보건 위기에서 빠르게 회복되면서 잠재 성장 수준으로 근접해 나가는 자연스러운 정상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22일 '최근 미국경제의 성장둔화 우려에 대하 평가'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기는 향후 양호한 소비 및 투자 여건이 지속되고, 확장적 재정 운용에 힘입어 장기적으로 견조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했다. 사진은 미국 성조기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