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현대차(005380)그룹이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점찍은 수소 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와 더불어 제조 기술 특허 출원, 신모델 개발 등 각 계열사별 신속한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를 신성장동력의 대전환 시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이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012330)는 1조3216억원을 투자해 인천 청라국제도시 IHP 도시첨단 산업단지와 울산 이화 일반산업단지에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구축한다. 두 공장은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3년부터 가동에 나설 방침이다.
인천 청라공장에서는 연료전지스택을 생산한다. 스택은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핵심 장치를 말한다. 생산된 스택은 개질기, 전력변환기 등을 추가해 연료전지시스템으로 최종 제품화된다. 이는 울산공장에서 담당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연료전지 제품경쟁력을 강화하고 양산효율화를 위한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규 거점 투자를 통해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의 효율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수소 관련 생태계 확대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제조 기술 특허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연료전지용 촉매 및 이의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다. 카본, 티타늄 서브옥사이드가 분산된 이리듐(Ir), 루테늄(Ru) 및 이트륨(Y)을 포함하는 활성물질을 활용해 기존 대비 내구성, 안정성, 산소 발생 반응성, 수소 산화 활성 등 촉매 성능을 높였다.
현대차는 수소 전용 브랜드를 출범하고 승용차 판매와 함께 수소트럭 등 상용차 생태계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현대차가 출범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브랜드 '에이치투(HTWO)’는 수소를 뜻하는 분자식이자 수소(Hydrogen)와 인류(Humanity)의 합성어로 '인류를 위한 진보’를 통해 지속가능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현대차는 'HTWO’ 브랜드 론칭을 계기로 국내, 유럽, 미국, 중국 등 4대 거점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광둥성 광저우시에 해외 첫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장 'HTWO 광저우’를 지난 2월 말 착공했다.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부터 중국에서 연간 6500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더욱 향상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성능과 내구성, 합리적인 가격을 바탕으로 자동차, 선박, 열차, UAM 등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과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064350)도 마찬가지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9년 현대차와 협력해 수소전기트램을 개발하고 있다. 최고속도 70km/h, 1회 충전 시 최대 150km 주행거리 확보가 목표다. 올해 상반기에는 성능 시험 플랫폼 차량을 개발해 안전성 검사까지 완료했다. 오는 2024년에는 위례선, 2027년 대전 2호선 트램 사업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의 산화에 의해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 발전하는 장치다. 또 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수소(부생수소)를 사용할 수 있으며 반응 생성물로 물이 생성된다. 대기오염물질 또는 온실가스 등을 생성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의 신속한 수소 사업 추진 덕에 독자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부생수소 생산(현대제철), 운송 시스템(현대글로비스), 수소차(현대차), 수소전기트램(현대로템)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구축이 가능해서다.
이는 정 회장의 '대전환’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한 해가 돼야한다"며 수소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수소연료전지는 HTWO를 바탕으로 다양한 모빌리티와 산업영역의 동력원으로 확대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업계안팎에서는 수소에너지 기술 활성화를 위해 국내 업계 뿐 아니라 정부 주도의 기술개발과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료전지는 활용분야에 따라 요구하는 전력량, 크기, 적정가격 등이 천차만별이라 다양한 종류의 연료전지가 사용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김호건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연료전지 종류별로 체계화된 안전성, 신뢰성 평가 시스템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수소연료전지 부품의 성공적인 국산화와 상용화를 위해 신뢰성 평가와 인증 제도를 마련하고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2조2000억원 수준의 연료전지 시장규모는 연평균 30%씩 성장해 2030년 약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