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현대제철(004020)이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에 나선 가운데, 일부 노조가 채용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노조원은 대부분 민주노총 소속으로, 한국노총 조합원은 채용에 응한 상태다. 아울러 경쟁 끝에 입사한 본사 정규직들 또한 자신들과 같은 조건의 채용은 불공정하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노노 갈등까지 불거질 조짐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00여명은 지난 23일 오후부터 당진제철소 사무동을 점거 중이다.
노조의 사무동 진입 과정에서 현대제철 직원 1명과 보안업체 직원 10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노조가 점거한 사무동은 제철소 생산 운영, 안전, 물류 관련 부서가 있는 곳이다. 노조의 점거로 현대제철은 경찰에 시설물 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노조가 농성에 나선 건 사측의 협력업체 직접 고용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지난달 현대제철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고용노동부의 시정 지시에 따라 사업장별로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직원 7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자회사는 회사가 100% 출자해 설립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불법파견이 아니다.
하지만 민주노총 노조 조합원 2000여명은 자회사가 아닌 원청인 현대제철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지난 25일 오후 당진제철소에서 조합원 1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직접고용 쟁취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조가 원청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건 자회사 소속 직원은 본사 임금의 80% 수준이라 여전히 차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존 임금은 본사 직원의 60% 수준이었다.
사측이 채용을 진행하며 조건으로 불법파견 소송 취하서 작성과 부제소 동의서를 요구한 것도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직원 500여명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직접고용요구소송)에서 1·2심 모두 승소하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이강근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장은 "소송은 법적으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인데 이를 제한하면서 조합원의 불만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조의 이번 요구가 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용부 지시에 따른 결정이더라도 7000여명의 사내하청 직원을 직접 고용하는 게 회사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사 간 의견도 다른 상황이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채용에 이미 응했다.
본사 정규직들의 반발도 크다. 본사 직원들은 채용 경쟁 끝에 입사했는데 협력업체 직원들이 별도의 절차 없이 채용되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이번 점거 과정이 폭력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 사태와 같은 노노 갈등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진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또한 회사가 비정규직 중 일부를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크게 반발한 바 있다.
한편, 고용노동부가 이날 오전 노사 중재에 나서면서 노사는 첫 협의를 진행했다. 다만 사측이 기존보다 상향한 근로 조건으로 채용을 진행하는 만큼 비정규직 지회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