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LG에너지솔루션(분사 전
LG화학(051910)) 배터리 품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 코나 EV, 제너럴모터스(GM) 볼트 EV 등 LG엔솔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품질 우려는 LG엔솔의 모회사인 LG화학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LG엔솔의 품질 리스크는 공격적 수주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7월 미국 버몬트주에서 발생한 2019년형 쉐보레 볼트 전기차 화재/미국 버몬트주 경찰당국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006400)의 시가총액은 54조1864억원으로 LG화학(50조8971억원)을 3조2893억원 차이로 앞서고 있다. LG화학은 2007년 초반부터 우위를 유지했지만 삼성SDI와 전날 시총 규모와 순위가 역전됐다.
LG엔솔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와 ESS의 리콜, 화재 등이 잇따른 게 삼성SDI와 LG화학의 상황이 역전되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지난달 23일 GM 리콜 발표 직후 11.41% 급락했고 이후에도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볼트EV 리콜 발표 직전 90만원에 육박했던 LG화학의 주가는 현재 72만1000원으로 전날보다 4.88% 하락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련의 사태는 LG화학의 중장기 수주 경쟁력과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고 단기에 해답을 찾기 어렵다"며 "LG화학의 향후 방향성과 관련 고민들에 대한 해답 또는 실마리를 찾기까지는 단기적으로 매력도 낮다고 판단되고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화재 우려는 LG엔솔만의 문제는 아니다. 삼성SDI의 경우 지난해 독일 BMW와 미국 포드 쿠가 플러그드인 하이브리드 차량 각각 2만6000여대와, 2만500대에 탑재된 배터리를 리콜했다. 지난달
SK이노베이션(096770)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 포터2 EV에서도 연기가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만 LG엔솔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화재가 연속적으로 터지면서 품질 우려가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엔솔의 사업 초기 공격적 수주 전략이 리스크로 반전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LG엔솔은 국내 최초로 소형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상업화에 성공했다. 경쟁사들과 달리 일찍이 중대형 배터리 연구개발(R&D)에 매진한 결과 타사 대비 양산 공정이 일찍 완성됐고 그 결과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격적 수주의 그림자로 화재 리스크가 따라왔고 품질 이슈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LG엔솔의 수주잔고는 180조 원, 생산능력(캐파)은 연간 150GWh(기가와트시)에서 오는 2025년에는 430GWh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최소 600만 대에 이르는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에 비해 삼성SDI는 초기 보수적 투자 스탠스를 취했다. 현재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두지 않은 상태다. 다만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5년부터 전기차 부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할 수밖에 없는 만큼 늦지 않은 시기에 미국 공장에 진출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배터리 사업부 흑자 전환을 이룬 가운데 완성도를 높인 상황에서 확실한 드라이드를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사와 달리 삼성SDI는 수주잔고와 배터리 캐파를 공개하지 않는다.
후발주자인 SK이노는 사업 초기 '선수주 후증설' 기조에 따라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날 SNE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SK이노는 147.8%의 성장률을 기록, 지난해보다 한 계단 상승한 5위를 차지해 삼성SDI를 추월했다. 시작은 늦었지만 가속은 빠른 셈이다. SK이노는 130조 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고, 생산능력은 올해 40GWh 수준에서 2025년 200GWh의 생산능력을 기록할 전망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