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이건’ 아니다)③언론중재법 그늘 뒤 ‘가짜뉴스’ 규제 딜레마

'가짜뉴스' 온상 1인 미디어·유튜브 등 ‘법망 사각지대’
"한국인 31%, 가짜뉴스 플랫폼으로 유튜브 지목"
"유튜브 등 순기능 있어…규제적 접근은 위헌적 발상" 우려도

입력 : 2021-09-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강용석 변호사가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될 때마다 수천만원의 수익을 챙겼다. 가세연은 강 변호사가 마치 ‘문재인 독재’에 항거해 긴급체포 당하는 투사인 것처럼 표현하며 ‘가짜뉴스’를 내보냈지만 그가 체포된 것은 3개월간 4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가짜뉴스’을 내보낸 가세연에는 2300만원이 넘는 ‘슈퍼챗’ 응원이 쏟아졌다.
 
한강 의대생 실종 사건 때도 일부 1인 미디어와 유튜버들이 ‘슈퍼챗’을 노리고 각종 자극적인 ‘가짜뉴스’들을 내보냈다. ‘슈퍼챗’은 유튜버들이 라이브 방송에서 실시간 채팅방을 통해 시청자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기능이다. 금액이 높을수록 채팅창 노출 시간이 길어지고, 일 후원 최대한도는 50만원이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지난해 ‘가짜·허위 정보로 가장 우려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전 세계 40개국 설문 조사 결과 한국에서 유튜브가 31%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페이스북(10%), 카카오톡 등 메신저(7%), 트위터(4%) 등이 뒤를 이었다. 

전 세계 평균 6% 정도만이 유튜브 ‘가짜 뉴스’를 우려하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유튜브에 대한 우려가 31%에 달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가짜뉴스’ 온상으로 꼽히는 1인 미디어나 유튜브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1인 미디어와 유튜브에 대한 규제는 언론중재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의 영역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김필성 법무법인 '가로수' 변호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언론이 아닌 유튜브는 그 대상이 아니다”라며 “유튜브는 정정보도나 반론보도의 개념이 없고 애초에 언론이 아니므로 언론중재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 등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언중법 개정안은 애초에 ‘가짜뉴스’를 막기 위한 게 아니라 언론 등 가짜뉴스로 인해 피해 받는 경우 그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피해의 원천인 가짜뉴스는 막지 않고 피해 발생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투명한 언론 보도까지 언론중재법에 넣어 규제와 배상을 강요하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튜브와 1인 미디어의 ‘허위 정보’ 유포를 막는다는 취지로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윤영찬, 박광온 의원 등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다만, 유튜브 등이 ‘법망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우려에 법조인들은 ‘가짜뉴스’를 잡으려다 공론장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인 미디어와 유튜브 등까지 규제하게 되면 언론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1인 미디어나 유튜브 등 일반 시민에게까지 규제 방안이 도입되면 언론에는 더 강한 책임을 지우는 강력한 규제안이 도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도 유튜브 등에서 ‘허위 정보’를 내보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콘텐츠 차단 심의를 받고,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처벌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1인 미디어와 유튜브가 기존 언론이 하지 못한 역할을 메우는 부분이 분명 있는데 그마저도 위축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라며 “1인 미디어나 유튜브에서 ‘허위 정보’가 (언론보다) 더 많이 나왔는지 여부도 통계로 확인된 바 없는 상황에, 이들의 역할을 폄훼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진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 중 언론중재법 관련 유엔 서한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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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