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넘은 촉법소년 범죄)③ 처벌 강화보다 예방·교정이 먼저

촉법소년 나이 하향에 전문가들 신중·부정론
청소년 범죄 예방과 효과적인 교정이 우선

입력 : 2021-09-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정치권이 논의하는 촉법소년 연령 하한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극적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무조건적인 처벌 강화보다는 미성숙한 나이를 전제로 범죄 예방과 제대로 된 교정을 우선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현재 국회에선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기존 만14세에서 만13세로 낮추는 안, 만12세로 낮추는 안이 계류중이다.
 
18세 미만인 소년범이 사형·무기징역에 해당하면 기존 징역 15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법안, 이같은 감형을 아예 없애는 내용도 있다.
 
권리에 따르는 책임, '공정' 화두가 영향 줘
 
법조계에서는 소년에 대한 관념 변화로 13세 안을 논의해볼 수 있다는 '소극적 찬성'과 유엔 권고대로 현행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대론이 나온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는 "12살 1개월 된 사람과 12살 11개월 된 사람의 성숙도 차이가 상당히 크다"며 "한살 정도 낮추는 건 실무적으로 의미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공정'이라는 화두와 늘어난 소년의 권한, 그에 따른 책임 요구가 촉법소년 논란에 영향을 줬다는 진단도 나왔다.
 
최 변호사는 "13살 아이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 것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상당부분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며 "13세 정도 된다면 한번 논의해 볼 만 하다. 소극적 찬성"이라고 했다.
 
소년범 형사책임을 늘리는 개정안에 대해서는 "투표권을 18세에게 주고 두발 자율화하는 등 사회 기류는 소년이 의사결정의 주체인 점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며 "그에 따른 책임도 지게 하는 시대적 흐름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회 본회의장. 사진/뉴스토마토
 
13세에도 뇌 발달...선진국 아닌 유엔 기준 봐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아동인권위원회 박인숙 변호사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과 소년범 처벌 강화에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 변호사는 "아동 자체가 소수자인데, 비행이나 범죄에 연루되면 더 소수자가 된다"며 "일반적으로 수용자들은 소수자인데 아동 입장에서는 아동이라는 특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게 맞다고 본다"며 "자꾸 미국이나 영국, 홍콩 예를 드는 분들(찬성론자)이 계시는데, 그것도 유엔에서는 그 나라 법도 바꿔야 한다고 계속 공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나라에서도 소수자에 대한 법률이 실제로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엔 지침을 봐야 한다"고 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형사 책임 최저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하고, 만 14세 미만 아동을 범죄자로 취급하거나 구금하지 않을 것"을 당사국에 촉구했다.
 
박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평균적이지 결코 높지 않다"며 "12~13세 아이들은 뇌가 발달하는 시기"라며 "형사서법절차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아이들이 과연 위법성 인식을 예전 아이들보다 잘 하는가. 그렇지 않다"며 "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4세로 정했는지에 대해 깊이 살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윤성이 던진 과제 "예방·교정부터 제대로"
 
이승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18년 '소년강력범죄에 대한 외국의 대응동향 및 정책 시사점 연구'로 촉법소년 연령 하한과 형벌 강화에 큰 효과가 없었다고 결론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소년범죄는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다루는 사건 외에는 대부분이 우발적이거나 생계 위주"라며 "전체 소년범 중 강력 범죄는 5%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원인을 파악해야 하는데, 원인을 보면 가정의 영향이라든지 아니면 아이들이 특정 미디어로 폭력을 학습한다든지 사회관계 문제 등으로 발생한다"며 "이걸 개인에 대한 형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적절한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연령을 논의하는 건 좋다"면서도 "(소년 범죄에서) 어떤 대상에 어떤 연령이 특별히 증가했는지 검토 없이 무조건 연령을 낮춰야 한다,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심지어 몇몇 입법은 사형·무기형도 가능하도록 말도 안되는 법안이 올라오는데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해외 사례와 단순비교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영국은 형사책임 기준인 10세 이상에 대해서도 절대 형사처벌 하지 않는다"며 "약식명령이나 보호처분으로 돌리는데, (형사책임) 연령만 낮췄지 실제 처분은 그렇게 가져가지 않는다. 국가별로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7세부터 감옥 생활을 한 전자발찌 살인마 강윤성이 제대로 교화되지 않은 점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보호 처분에서도 가장 중한 형인 소년원 송치의 경우에도 과밀화 문제가 심각하다"며 "교정 단계에서 소년들이 어떻게 처우돼 사회로 나오고 있는지 더 살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아이들이 처음 소년 사법체계로 들어가기까지 그 앞의 비행 행위가 많다"며 "이미 검찰이나 법원 단계로 넘어왔을 땐 아이들 비행이 장기화되거나 심화된 아이가 많기 때문에 그 단계에서 처우하기도 상당히 어렵다. 초기 비행 진단과 개입이 더 많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이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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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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