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국내 정유화학 기업들이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개발·상용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전 세계적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정부도 CCUS 상용화 지원에 본격 착수했지만 선진국 대비로는 미흡한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CCUS 상용화의 관건은 가격경쟁력 확보에 달린 만큼 정부의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 지원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케미칼 여수1공장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제어실(사진왼쪽)과 전처리, 분리실증설비(사진오른쪽). 사진/롯데케미칼
CCUS 기술은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확산하기 전에 이를 포집해 재사용하거나 저장하는 기술이다. 산업 특성상 탄소 배출 저감이 어려운 부문에서 탄소 발생을 감축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속가능 개발 시나리오(SDS) 측면에서 오는 2070년경에는 CCUS의 누적 탄소 감축량 기여도가 15%에 이를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이산화탄소 1톤 포집시 드는 비용은 60달러(한화 7만원) 수준으로, 당장 경제성 부족으로 설치 사례가 적지만 지난해부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화학사 최초로 기체분리막을 적용한 CCUS 기술 개발에 착수해 지난 4월 여수1공장에 실증 설비를 갖췄다. 향후 1년 간 실증 설비 운영을 통해 데이터 수집·분석, 질소산화물(NOx) 영향 평가 등을 거쳐 오는 2023년 상용화 설비를 완공할 예정이다. 연간 6만톤(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추가 포집 후 순도를 높여 자체 생산 중인 폴리카보네이트 제품의 원료로 사용하고, 드라이아이스와 반도체 세정액 원료로 제조해 판매할 계획이다.
한국석유공사의 동해가스전.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는 지난 5월 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탄소 포집·저장 실증 모델을 개발 중이다. 핵심 계열사 SK에너지와 오는 2025년부터 연간 40만t의 이산화탄소를 모아 저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울산 지역 산업 시설을 대상으로 최적 이산화탄소 포집원과 경제적 포집 기술 모델을 개발 중이다. 이를 SK이노 울산Complex 수소 플랜트에 적용해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게 된다.
홍정의 SK에너지 실장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산업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CCUS 기술이 필수 전제 조건"이라며 "석유화학 산업의 디카본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측면에서 CCUS 사업을 필두로 넷제로 달성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탄산칼슘과 메탄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 충남 대산공장 내 파일럿 플랜트를 설립하는 중으로, 내년 초 테스트를 진행해 하반기부터 상용화에 들어간다. 해당 플랜트에서는 연산 60만t 규모의 탄산칼슘이 생산될 전망이다.
정부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CCUS 기술 상용화를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한국형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K-CCUS) 추진단을 발족하고, 지난 9일 2025년까지 95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민관이 CCUS 상용화에 뛰어들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다.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시장의 대규모 CCUS 상업 설비는 총 28개로 연간 4000만톤의 탄소를 포집 중이다. 지난 2017년 이후 미국·유럽·호주 등에서 신규 CCUS 설비 계획을 발표한 상태로 해당 설비가 모두 가동되면 현재보다 약 3배 이상 증가한 1억3000만톤의 탄소를 포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선진국들이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긴요했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탄소포집(흡수)기술 글로벌 동향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지난 2018년 CCUS시설 등에 대한 세액공제혜택을 상향 조정하고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45Q Tax Credit'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은 지난 2016년 탄소활용로드맵 1.0을 발표하고, 2030년 CCU 상용화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노르웨이는 현재 정부 주도로 27억 달러(한화 약 3조원)를 투자해 대규모 탄소포집프로젝트(Longship)를 추진 중이다.
송재형 전경련 팀장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사례를 보면 정부 차원의 세제 지원 등 CCUS 기술 상용화 지원 전폭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세제나 연구개발 지원을 대폭적으로 확대해 상용화까지 가는 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