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최근 수년간 감소세를 보였던 카드사 현금서비스 자산이 올 상반기 상승세로 전환했다. 시중은행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우리·하나)의 현금서비스 자산은 5조47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7개 업체 중 4곳에서 오름세를 보였다. 삼성카드는 전년 대비 14.8% 증가한 1조105억원을 기록했다. 국민카드는 9859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4.4% 늘었다. 우리카드도 7.2% 상승한 5344억원으로 확인됐다. 롯데카드는 5692억원으로 전년보다 11.9% 확대됐다.
반면 신한카드는 전년 대비 0.6% 감소한 1조5085억원으로 나타났다. 하나카드도 9% 줄어든 35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상당수 카드사에서 현금서비스 자산이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3년간 현금서비스 공급이 축소되면서 자산도 계속 감소세를 보였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18년말 6조1492억원 △2019년말 5조9208억원 △2020년말 5조2178억원 등을 기록했다.
그동안 업계에선 현금서비스 이용 감소를 추세적 흐름으로 인식해왔다. 저축은행, 인터넷은행 등 모바일 비대면 대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이용자가 분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핀테크에서 여러 금융사의 대출 금리를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서 고금리 상품인 현금서비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줄었다. 아울러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에서 30만원 한도로 미리 결제할 수 있는 후불결제 서비스를 내놓은 것도 타격을 줬다.
그런던 현금서비스 이용이 올 상반기에 상승 전환한 것은 코로나19발 대출 규제 탓이 크다. 코로나 확산 장기화로 대출 수요가 지속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이 시중은행에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2금융으로 수요가 옮겨붙은 것이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막힌 일부 수요가 추가 자금 마련을 위해 현금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영향이라든지 단순 급전이 필요하면서 현금서비스 사용이 늘어난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 기저효과와 이용 회원이 늘면서 현금서비스 사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 역시 이 기회를 이용해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민카드는 다음달 6일까지 현금서비스 30%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일부 고객을 선별해 행사에 응모 후 이용하면 할인을 적용해 준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개별 고객을 선정해 최대 60% 현금서비스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다만 2금융에도 대출 규제가 적용되면서 현금서비스 자산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국은 풍선효과를 우려하면서 카드사 등에도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5~6%로 제시하며 관리를 주문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회의'에서 "비은행권의 경우 (가계대출) 증가폭이 오히려 확대됐다"며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시중은행 대출 규제 본격화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며 상반기 카드사 현금서비스 자산이 상승 전환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에 붙은 대출 안내문.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