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밭 증시, 대형주 고난의 계절

시총 상위 10개주, 3개월 새 51조 증발
엔씨소프트·아모레 등 업종별 대장주들도 휘청

입력 : 2021-09-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국내 증시가 업종별 대표 대형주들의 개별 악재에 떨고 있다. 연이어 터지는 부정적 이슈가 개별 주가를 크게 떨어뜨리고, 이것이 코스피의 상단을 제한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스피는 주로 외국인의 수급이나 거시경제, 글로벌 경제 상황, 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에 연동돼 등락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대형주들 개별 이슈에 코스피가 발목잡히는 건 드문 경우다. 전문가들은 대형주라고 일단 믿고 투자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업종별, 종목별로 선별해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개월 새(6월10일~9월10일)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4.65% 하락했다. 코스피 중형주·소형주 지수가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81% 하락했는데, 사실상 대형주들이 지수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특히 같은 기간 시가총액 상위 10개주(우선주 제외)의 시가총액이 51조원 가량 증발했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에서만 50조7000억원이 빠졌다.
 
두 종목은 코스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넘다보니 사실상 코스피의 등락을 좌우할 때가 많다. 장이 좋았어도 삼성전자가 하락하는 날에는 코스피의 상승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두종목 이외의 대형주들이 각자의 이유로 주가가 휘청이면서 코스피를 박스권에 묶어두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코스피 내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마저도 바이오를 제외하고 모두 대표 대형주들의 악재를 겪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에는 대체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빠지면서 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인터넷과 2차전지 테마가 뜨면서 관련 업종의 시총 비중도 많이 커졌다"며 "그래서 개별 이슈가 시장 장 전반의 센티멘털을 악화가 조정으로 이어지는 경향도 최근에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가총액 6위에 해당하는 LG화학은 동사 배터리가 탑재된 GM 전기자동차의 리콜 소식이 알려지면서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 3개월 새 시가총액은 60조원대에서 52조원으로 약 8조원이 줄었다. 자동차 업체 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몸집도 9조원 줄었다.
 
그나마 강세를 보이던 인터넷 업종에도 악재가 드리웠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발 대형 플랫폼 기업 규제 리스크에 NAVER(035420)카카오(035720)도 상승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3개월 전과 비교해 시총이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카카오는 약 3조원이 줄어든 상태다. 
 
크래프톤이 상장하기 전 게임 대장주였던 엔씨소프트(036570)도 신작 흥행 실패 등으로 시총이 18조6390억원에서 13조3261억원으로 줄었다. 한 때 100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60만원 선까지 무너졌다.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실적 우려에 중국 규제 리스크까지 겹치며 3개월 간 주가가 30% 이상 급락했으며, 시총으로는 13조원이 빠졌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업계 자체가 타격을 입은 데다, 해외 시장 중 비중이 가장 큰 중국 시장에서도 소비가 둔화되면서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형주라 해서 무조건 '오르겠지'라는 마음으로 매수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떨어지는 칼날은 피하라는 말이 있어서 악재가 나올 산업이나 기업은 섣부르게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이슈나 공시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업황이나 실적에 큰 영향을 줄 지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선 연구원은 "개별 업종별로 실적이 주가의 베이스가 되기 때문에 무차별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며 "대형주 중에서도 업종이 좋고, 그 업종에서도 실적이 뛰어나다 싶은 종목으로 옥석가리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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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