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서윤 기자] 스마트폰 제조사 등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Operating System) 탑재를 강요하고 경쟁 OS 탑재를 방해한 구글이 2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구글은 기기제조사에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대해 변형 OS인 포크 OS 탑재를 금지하고 이를 출시할 경우 플레이스토어 사용 권한을 박탈하는 등 갑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 등 기기제조사에 안드로이드 변형 OS(포크 OS) 탑재 기기를 생산하지 못하게 하는 등 경쟁 OS의 시장 진입을 방해한 '구글 LLC·구글 아시아 퍼시픽·구글 코리아'에 과징금 2074억원을 부과한다고 14일 밝혔다.
모바일 OS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운영체제로서 스마트폰과 앱 생태계를 주도하는 핵심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OS는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각종 앱을 실행하며 스마트폰의 화면 구성·자판 입력·보안 기능 등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기능도 수행한다. 포크 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변형한 OS로 구글에게는 경쟁 OS가 된다.
위반 내용을 보면, 구글은 모바일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보한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경쟁 OS인 포크 OS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기기제조사에게 파편화 금지 계약(AFA) 체결을 강제했다.
특히 구글은 기기제조사에게 필수적인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과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전제조건으로 AFA를 반드시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
모바일 사업을 영위하는 기기제조사 입장에서는 플레이스토어를 스마트폰에 탑재하기 위해 AFA를 체결할 수 밖에 없다.
AFA 내용을 보면, 기기제조사는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대해 포크 OS를 탑재할 수 없고,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도 없다. 또 기기제조사는 포크 기기에서 구동되는 앱을 개발하기 위해 앱 개발 도구(SDK)를 파트너사 및 제3자에게 배포할 수 없다. 자신이 직접 개발하는 데만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포크 OS가 개발되거나 포크 기기가 출시되더라도 포크용 앱 개발을 제한하는 이중 잠금장치를 걸어놓음으로써 포크용 앱마켓의 출현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하는 조항이다.
이러한 금지 의무를 충족하지 않더라도 구글이 승인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면제기기'로 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면제기기에서 제3자가 개발한 앱이 작동되도록 할 수 없는 등 까다로운 추가 제약 조건을 모두 준수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스마트폰 제조사에 경쟁 OS 시장 진입을 방해한 ‘구글 LLC·구글 아시아 퍼시픽·구글 코리아’에 과징금 2074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구글 코리아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구글은 제조사가 기기 출시 전 호환성 테스트(CTS)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구글에게 보고해 승인 받도록 하는 등 AFA 위반 여부를 철저히 검증했다. 또 기기제조사가 면제기기를 출시하려는 경우 AFA의 면제기기 승인 요건을 모두 준수하는지 확인해 승인 여부를 결정했다.
사전 점검 결과 포크 기기에 해당하면 해당 기기는 출시할 수 없다. 포크 기기 출시를 강행할 경우 플레이스토어와 사전접근권 사용 권한을 박탈당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기기제조사인 케이터치는 알리바바의 알리윤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자 구글은 케이터치에게 AFA 위반이라며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를 박탈했다.
구글이 지속적으로 AFA 체결을 확대하면서 전 세계 주요 기기제조사의 AFA 체결 비율은 지난 2019년 기준 87% 수준이었다. 그 결과 모바일 분야에서 구글의 점유율이 97%에 달하는 등 사실상 독점 사업자의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됐다.
구글은 기타 스마트 기기 분야에서 제품 출시 전 개발 단계부터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고 거래 상대방을 통제해 혁신적인 경쟁 플랫폼 출현을 차단했다.
기존 모바일 OS는 약간만 변형하면 거의 모든 기기에 접목할 수 있기 때문에 AFA 제약이 없는 경우 기타 스마트 기기 분야에서 포크 OS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AFA는 모든 기기 유형에서 활용 가능한 OS 개발 분야에서 경쟁사의 포크 OS 개발을 방해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1처럼 구글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거나 로봇·드론 등 구글이 진출하지 않은 분야까지도 포크 OS를 개발·상품화 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통상 시지남용행위가 이미 출시된 경쟁 상품의 원재료 구입을 방해하거나 유통 채널을 제한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지만, 구글은 개발 단계부터 경쟁 상품의 개발 자체를 철저히 통제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경쟁제한 행위라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 건은 지난 5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심도 있는 심의가 이뤄졌다. 심의 과정에서 피심인의 증거자료 접근권 확대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도입한 제한적 자료 열람제도(한국형 데이터룸)을 최초 적용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모바일 OS 및 앱마켓 시장에서 향후 경쟁 압력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는 이 건 외에도 구글의 앱마켓 경쟁제한 관련, 인앱결제 강제, 광고 시장 관련 등 3개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와 심의를 진행 중이다.
세종=정서윤 기자 tyvodlo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