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홍원식 회장 체제 유지…경영 쇄신 없으면 결국 원점

9월 임시 주총 안건 모두 부결…한앤코 지워
내달 새 주총 열고 지배구조 개선안 다룰 듯

입력 : 2021-09-14 오후 2:52:26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남양유업의 임시 주주총회 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또 다시 남양유업은 쇄신과 오너리스크 사이 갈림길에 섰다. 한앤컴퍼니와의 매각 작업이 틀어진 탓에 예상됐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남양유업이 내달 열릴 임시 주총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경영 안정화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4일 남양유업(003920)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본사 대강당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변경 등 안건을 처리했다. 이번 안건은 지난 7월 임시 주총이 연기되면서 처리되지 못했던 것들이다.
 
임시 주총 결과 제1호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제2호 의안인 이사 신규 선임의 건은 모두 부결됐다. 이와 함께 제3호 의안 감사 선임의 건도 철회되면서 사실상 한앤컴퍼니 흔적을 지웠다. 당분간 홍원식 회장이 계속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남양유업을 인수하려던 한앤컴퍼니는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해 정관을 변경하려고 했다. 집행임원제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다. 이어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등을 이사로 신규 선임하려 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예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남양유업 지분 매각 과정에서 남양유업 최대주주인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 사이가 틀어진 탓이다. 
 
앞서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는 지난 5월말 홍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지분 전체를 양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양측이 거래 종결을 합의한 7월 말 홍 회장이 남양유업 임시 주총을 돌연 연기하고 연락이 두절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한앤컴퍼니는 명백한 주식매매계약 위반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홍 회장도 한앤컴퍼니의 약정 불이행을 이유로 들며 법률 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한앤컴퍼니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양유업 경영권 매각이 끝내 불발된데 이어 이사회 안건 역시 모두 부결되면서 남양유업을 향한 국민 여론의 싸늘한 시선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홍 회장의 남양유업 경영권 매각은 사실상 기업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던 것에 대한 책임이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2013년 직원폭원·대리점 갑질 논란을 일으켜 대국민 사과에 나섰으나 불매운동 대표 기업으로 낙인 찍혔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홍 회장 등 남양유업 임직원들이 경쟁사를 비방하는 댓글 작업을 벌이는가 하면 유아용 주스 곰팡이 사건, 황하나 사건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켜왔다. 특히 남양유업은 올해 초 불가리스 코로나19 저감 효과 주장을 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자 홍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서며 오너 경영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책임지겠다는 자세와 달리 홍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남양유업 경영권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서 오너일가를 향한 비판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특히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효과 논란에 이어 회삿돈 유용 논란에 지난 4월 보직 해임된 홍진석 상무는 최근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복귀했다. 또 홍 회장의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도 미등기임원(상무보)으로 승진했고 홍 회장의 부인인 이운경 남양유업 고문도 전무 직급 상근직으로 회사로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홍 회장이 남양유업을 매각한다고 말해놓고 틀었기 때문에 홍 회장 개인 리더십 문제가 나온 것이고 남양유업과 우리 사회, 소비자와의 신뢰가 금이 가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어떤 방책이 나와도 시장에서 반응할 것 같지 않고 홍 회장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남양유업은 매각 작업이 틀어진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경영 안정화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남양유업은 내달 임시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주총 주요 사안들은 현재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배 구조 개선을 비롯한 현재 남양유업 임원진의 변동 및 이사회 재구성 등 실질적인 내용들이 담길 것이란 게 남양유업의 설명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경영 안정화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10월 안에 진행할 계획으로 안건 및 시기는 논의 중에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재공시를 통해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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