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 생활임금이 내년 역대 최저 상승폭을 보이며, 경기·부산·광주 등 다른 광역 지자체보다 낮게 책정됐다.
서울시는 2022년 서울형 생활임금을 시간당 1만766원으로 확정했다고 16일 발표했다. 2021년 생활임금 1만702원보다 0.6%(64원) 상승한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 8월 고시한 내년 최저임금 9160원 보다는 1606원이 더 많다.
생활임금을 전국 최초로 도입한 맏형이자 국내 최고 소비도시로 전국에서 가장 생활임금이 많았던 서울시는 내년엔 선두 자리를 내주고 경기도, 부산시, 광주시보다도 낮은 생활임금을 기록했다. 경기도는 올해 1만540원에서 5.7% 올린 1만141원, 부산은 1만341원에서 5.1% 올린 1만868원, 광주시는 1만520원에서 3.8% 올린 1만920원을 각각 발표했다.
경기도, 부산시, 광주시 등이 노동자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 1만1000원대 안팎으로 인상한 것과 달리 서울시는 내년 생활임금 산정기준 중 하나로 생활임금과 최저임금 격차로 인한 민간-공공 노동자 간 소득 불균형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 생활임금과 최저임금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커졌으며, 이는 민간부문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졌다. 생활임금과 최저임금 격차는 2019년 월 37만5782원에서, 2021년 41만4238원으로 늘었다.
서울형 생활임금 적용대상자는 법정 노동시간인 209시간을 근무하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한 달에 225만94원을 받는다. 생활임금 적용대상은 공무원 보수체계를 적용받지 않는 △서울시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소속 직접고용노동자 △서울시 투자기관 자회사 소속 노동자 △민간위탁노동자 △뉴딜일자리참여자 등 총 1만4000여명이다.
서울시는 내년 서울형 생활임금 결정요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경제상황과 재정 여건,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활임금과 최저임금 격차로 인한 민간-공공 근로자 간 소득 불균형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생활임금은 근로자의 최저 생계비에 해당하는 최저임금과 달리 근로자의 실질적 생활이 가능한 수준에 맞춰 책정해 최저임금과 격차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초 서울시는 생활임금을 도입하면서 최저임금의 불완전성을 보완하고, 다른 도시 대비 높은 서울시의 문화, 교육, 주거비 등을 고려할 때 근로자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는 수준의 지표로 설명해 왔다.
그동안 서울시 생활임금위원회는 생활임금 도입 이후 매년 OECD 빈곤기준선 중위소득 60%을 목표로 삼아 2015년 50%에서 2021년 59.5%까지 인상했으며, 주거비, 사교육비 등도 함께 고려했으나 올해는 검토 대상에서 모두 제외된 채 물가상승률 0.6%만이 작용했다.
서울시 생활임금이 2015년 시급 6738원에서 출발해 2019년 1만148원을 넘기며 4년만에 1만원 시대를 열었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 역시 2015년 1039명에서 10배 넘게 상승했으며, 전국 지자체 생활임금 도입과 최저임금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한영희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서울형 생활임금은 그동안 시급 1만원 시대를 비롯해 정부 최저임금 인상을 견인하는 성과를 냈다”며 “2022년 생활임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경제상황과 서울시의 재정적 여건, 최저임금과의 격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한 수준으로 인상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돌봄요양노동자 권리선언 기획단이 서울시청 앞에서 생활임금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