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세계은행(WB)이 발간하는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중국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 최고위층의 압력이 있었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WB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2018년과 2020년 기업환경평가 보고서 내 데이터 부정 조사'라는 제목의 16쪽짜리 문서를 공개했다. 해당 문서는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로펌 윌머헤일이 WB 윤리위 요청으로 작성했다.
문서에는 지난 2017년 10월31일 발간된 2018년 기업환경평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김용 당시 총재를 비롯한 WB 관계자들에게 자국 순위에 관해 반복적으로 우려를 제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김 전 총재 측 고위 직원으로부터 압력이 있었다는 게 문서에 담긴 내용이다. 다만 문서는 "김 전 총재가 직접 누군가에게 중국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바꾸라고 지시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문서는 WB 내부에서 보고서 내 순위에 관한 중국의 불만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관한 대화가 오간 것은 물론, 중국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 보고서 작성에 방법론적 변화를 주는 방안 등도 논의됐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당시 최고경영자(CEO)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서는 "게오르기에바 당시 CEO가 중국의 순위를 올리려는 노력에 직접적으로 연루됐다"라고 지적했다. 그가 회의 등 자리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거론하고, 관리를 잘못했다며 담당자를 꾸짖기도 했다는 것이다.
문서에는 또 2020년 기업환경평가 보고서 작성 과정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아제르바이잔 등의 순위에 관해 압력이 있었을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WB는 이번 문건으로 논란이 커지자 성명을 내고 "경영진은 차기 기업환경평가 보고서 작성을 일시 중지하고 보고서 및 그 작성 방법론에 관한 감사와 재검토에 착수했다"라고 밝혔다.
기업환경평가 보고서는 빈곤국을 상대로 한 자금 지원 업무와 연계된 WB의 주요 보고서 중 하나다. 보고서 내용은 매년 전 세계 언론으로 보도된다. 문제의 2018년 기업환경평가 보고서상 중국 순위는 78위다. WSJ은 실제 순위를 85위로 봤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 빌딩.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