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반도체 피크 아웃(고점 통과)과 D램 가격 하락 우려로
삼성전자(005930) 주식을 대거 팔아왔던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에 하락을 거듭하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현 주가가 저점이라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반등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외국인, 10개월만 삼성전자 순매수…3분기 실적은 역대 최대 전망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1조4814억원 순매수 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단 2거래일(7일, 10일) 제외하고 전 거래일 순매수를 이어왔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순매수세를 보인 건 작년 1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에 삼성전자 주가도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52% 상승한 7만7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달들어 1.30% 상승했으며, 올해 최저점(7만2500원)인 지난달 20일 대비로는 7.17% 상승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는 급격한 주가 하락에 따른 가격메리트가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모건스탠리의 목표주가 하향 이후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했다. 보고서가 나온 11일부터 10거래일간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6조9578억원을 순매도했으며, 삼성전자 주가도 올해 최저점을 찍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주가가 ‘저점’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이후 외국인의 매도세와 삼성전자 급락이 지나치게 과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주가 회복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73조1298억원, 영업이익 15조6825억원이다. 매출은 분기 기준 최초로 7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며,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기였던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3분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고, 폴더플폰 갤럭시Z폴드3·플립3 시리즈의 흥행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판매도 회복됐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삼성전자의 매출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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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4분기 강세" VS "D램 가격 안정화가 우선"
삼성전자의 주가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본격적인 반등 시점에 대한 증권가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이번 순매수 유입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종이 4분기 주도주로서 상승할 것이란 전망과 4분기 D램 가격 하락이 주가 회복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 반도체 업종이 강세를 보이며 코스피 주도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봤다. 이경민 연구원은 “외국인의 자금 유입은 글로벌 IT와 반도체 업종에 대한 시각 변화에서 시작된다”며 “최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대부분이 반도체업종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 소비시즌 동안 IT기기와 가전 소비개선으로 인한 반도체 수요확대를 예상한다”며 “반도체 업종의 가격·밸류에이션 정상화를 야기할 매크로 환경 변화가 4분기 중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의 현재 주가는 최악의 가정까지 상당 부분 반영한 상태”라며 “단기적으로 과도한 주가 하락을 만회하는 주가 반등 이후 주문 확대 구간에서 주가 랠리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회복이 당장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4분기 D램 평균 거래가격은 전 분기 대비 3~8%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D램 값 하락은 내년 상반기 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좋다는 것이 주가 상승의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며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전략적 변화 및 M&A 행보가 뒷받침되거나, D램 현물가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증권가 목표주가도 지속 하락하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1만원대에서 10만원으로 하향했다. 이원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부터 PC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기하면서 D램 가격하락폭도 내년 상반기까지 심화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메모리투자는 보수적인 기조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D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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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