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그린에너지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최고경영자(CEO)들을 잇따라 만났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전통에너지에서 그린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수인 만큼 수소에너지와 그리드 솔루션을 주도하는 선도기업 리더들과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전날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미국 수소에너지 선도기업인 플러그파워사 앤드류 J. 마시 CEO를 만나 다양한 수소 관련 기술을 통해 수소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7일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플러그파워 앤드류 J. 마시 CEO를 만나 수소 생태계 구축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SK
최 회장은 이날 “플러그파워가 확보하고 있는 수소 관련 핵심기술과 SK그룹이 갖고 있는 에너지 관련 인프라 및 네트워크는 한미 양국의 넷제로(Net Zero)를 조기에 달성하는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앞으로도 양사가 긴밀하게 협력해 아시아 지역의 수소 시장 진출도 가속화해 나가자”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어 “SK그룹의 각 관계사들은 SK 경영철학인 '더블 보텀 라인(Double Bottom Line)'을 실천하기 위해 구체적인 탄소 저감 수치 등 넷제로 활동을 측정(Measure)하고 있다”면서 “넷제로 활동도 측정할 수 있어야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마시 CEO는 “수많은 아시아 기업들로부터 협력 제의를 받았지만 이중 SK그룹이 갖고 있는 신뢰감과 네트워크를 감안해 SK그룹과 협력하게 됐다”면서 “양사의 강점을 앞세워 아시아 지역 수소생태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플러그파워 앤드류 J. 마시 CEO를 만나 수소 생태계 구축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SK
최 회장과 마시 CEO의 이 같은 협력방안은 이날 SK E&S와 플러그파워가 아시아 수소사업을 공동추진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주주간 계약을 체결하면서 구체화됐다.
추형욱 SK E&S 대표이사 사장과 마시 CEO가 전날 체결한 계약에 따라 양사는 오는 2024년까지 수소 연료전지, 수전해 설비 등 수소사업 핵심 설비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가 팩토리·연구개발(R&D)센터'를 수도권에 건설하고, 여기서 생산되는 수전해 설비와 연료전지의 단가를 플러그파워의 기술력을 활용, 획기적으로 낮춰 국내 및 아시아 시장에 공급키로 했다.
최 회장은 또 SK E&S가 지난달 95%의 지분을 확보한 미국 그리드 솔루션 기업 KCE사의 제프 비숍 CEO를 만나 에너지 솔루션 시장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리드 솔루션은 재생에너지가 증가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전력공급의 변동성과 전력망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기를 저장하는 시설인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하되, 송전망과 배전망에 연계된 ESS를 인공지능(AI)기술과 접목시켜 전기 수요·공급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에너지 분야의 신산업을 일컫는다.
최 회장은 “향후 재생 에너지 확산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전력망 안정성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인 만큼, 그리드 솔루션은 넷제로를 앞당길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고 언급한 뒤 “KCE의 그리드 솔루션 역량과 SK그룹의 인공지능·배터리 기술을 접목하면 미국 1위 그리드 솔루션 사업자로 성장함과 동시에, ESG 가치 실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숍 CEO는 “KCE는 미국의 그리드 솔루션 시장을 연 퍼스트 무버이자, 인공지능 기술을 ESS 기반 전력 거래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첫번째 사업자”라며 “SK그룹과 긴밀히 협력해 미국 1위 그리드 솔루션 사업자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국의 탄소 저감 및 넷제로 실현에 기여하겠다”라고 답했다.
SK그룹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바탕으로 KCE의 그리드솔루션 사업 전문성을 활용하고, 추가 성장자금 투자 및 사업모델 고도화 등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KCE를 미국내 1위 기업이자 글로벌 탑티어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 회장이 탄소중립 및 넷제로 조기 달성을 독려하고 SK 관계사들의 RE100(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가입을 주도한 것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잡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번에 미 에너지 혁신기업 CEO를 잇따라 만난 것도 ESG 경영의 깊이와 속도를 높여 나가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