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에 선 그은 한은, 2% 중반 물가 전망

한은 "물가 당분간 2% 상회하는 오름세 전망"
이주열 총재 "완화 정도 적절히 조절해나가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상회하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은 '기우'

입력 : 2021-10-12 오후 5:25:07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한국은행은 12일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다음번 금통위 때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장률 자체가 잠재성장률을 넘어서는 견실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아직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여러 가지 대내외 여건 변화가 금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경기회복 흐름이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는지 짚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물가상승률 지수 추이 그래프. 자료/뉴스토마토
 
이날 앞서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주열 총재는 "물가 흐름세가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금융불균형도 지속되고 있어 앞으로 통화정책은 이런 경제 상황의 개선 정도에 맞춰서 완화 정도는 적절히 조절해나가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추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8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실질 기준금리 등 금융 여건은 여전히 완화적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8월 기준금리 인상을 긴축 기조로의 전환으로 볼 것이 아니라 완화 정도를 소폭 조정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기준 금리 인상 후 시장 금리나 여수신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고, 경제주체들의 차입 비용이 증대되면 과도한 수익 추구 행위, 특히 차입에 의한 수익 추구 성향은 완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간 금융불균형이 지속적으로 상당폭 누적돼 한차례 금리인상만으로 정책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본다.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만 금융불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건전성 정책이나 주택 관련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주열 총재는 또 올해 소비자물가가 지난 8월 전망치인 2.1%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국제유가가 지난달 예상 수준을 넘어 최근 배럴 당 80달러 수준으로 높아졌고,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만약 유가를 비롯해 에너지 가격이 더 지속되거나 높아진다면 유가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8월 전망 수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의 동시 발생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현상들이 팬데믹 이후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도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률 자체가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견실한 흐름을 이어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래는 이주열 총재와의 일문일답.
 
Q. 8월 기준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A. 지난 8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최근 성장세와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실물경제 상황에 대비한 통화정책의 실질적 완화 정도는 확대되고 있다. 8월 기준금리 인상으로 실물경제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금리 인상 후에도 실질기준금리, 금융상황지수 등의 지표로 평가한 금융 여건은 완화적인 수준이라 판단한다.
 
Q. 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어떻게 되는지. 또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총재 임기 전인 내년 1월, 2월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는지.
 
A. 11월 인상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물었는데, 지난 8월에 금리 인상 결정을 하면서 앞으로의 경기 개선 정도에 맞춰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나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 이번에 금리를 동결했지만 여러 가지 대내외 여건 변화, 경기가 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경기회복 흐름이 우리가 보는 흐름에서 벗어나는지 아닌지를 짚어볼 것이다. 만약 경기 흐름이 우리의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준금리 조정은 경제, 금융 등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지 총재의 임기와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
 
Q. 연내 한 번 더 금리를 올리더라도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라 적정금리는 최소한 1%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정금리 수준을 어떻게 보는지.
 
A. 현재 실질기준금리는 큰 폭의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고, 중립금리를 내부적으로 추정해보면 우리가 추정한 중립금리보다도 상당폭 낮은 수준에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중립금리를 추정하고 판단하고 있지만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Q.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를 근거로 들며 주택가격 오름세가 꺾이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에 동의하는가.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가 실제로 주택시장 가격 흐름을 예견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될 수 있나.
 
A. 부총리께서 가격 전망, 수급 지수 등 최근 가격 상승 관련 최근 몇 가지 지표를 보고 그에 근거해서 주택시장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같은 평가는 나름의 근거가 있겠지만 주택시장은 워낙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것이 장기적으로 안정될지 여부는 지켜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한은이 발표하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 전망지수가 있다. 주택가격은 금융여건, 부동산 관련 정책과 수급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고, 그 중에서도 주택시장의 기대심리도 중요한 하나의 요인이다. 그래서 소비자 동향조사에서의 주택가격 전망도 분명히 유의할 필요가 있는 지표라고 본다.
 
Q.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 중국의 헝다 사태 등 대외 리스크 영향으로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도 커졌다. 일부 기관에서는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데, 한은에서는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이 우리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각각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 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총재 견해가 궁금하다.
 
A. 대외여건의 경우 글로벌 공급 차질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서 각종 상품가격, 특히 에너지가격의 오름세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헝다 사태, 전력난 등이 발생하면서 전반적으로 대외여건 리스크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 금리와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외국인들의 채권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대외리스크 영향이 크게 우려할 것은 아니라고 외부에서 보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보면 여러가지 리스크 요인으로 세계경제 성장세가 단기적으로는 다소 완만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조적으로 볼 때 경제활동 재개에 힘입어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로서는 견조한 수출흐름이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고, 소비도 빠르게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상당히 견실하게 움직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원자재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생산 차질과 같은 요인 때문에 공급 측 요인이 경기회복세를 제약하고 물가상승을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런 현상들이 팬데믹 이후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발생했던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과 다르지 않나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률 자체가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견실한 흐름을 이어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Q. 이번 달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의 문구를 지난 8월과 비교해 보면 '점진적으로 조정'이라는 문구가 '적절히 조정'으로 바뀌었다. 적절히란 표현이 점진적이란 표현보다 더 강해 보이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A. '적절히'는 그야말로 성장, 물가, 금융불균형 등 여러가지 상황과 대외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보면서 거기에 맞는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개념이다. '점진적'으로 표현을 쓰다가 바꿨는데, 점진적이라는 의미에 대해 일부에서는 도식화해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컨대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한다고 하면 시기를 점진적으로 할 수 있지만, 폭도 이 개념에 들어간다. 그런 것까지 다 포괄하는 의미로 점진적을 사용했는데 시장에서 이걸 금통위 회의를 한번 건너뛰는 걸로, 연속(기준금리 인상)이 아니라는 걸로 해석했다. 그래서 저희들이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그런 부분은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에 따라 점진적이라는 표현을 바꿨다.
 
한국은행은 12일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다음번 금통위 때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원화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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