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공급 실적이 연초 발표한 계획보다 부진하다. 올해 분양하기로 예정했던 택지 중 실제 공급한 건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LH 택지를 구매해 공사를 진행하곤 하는 중견급 건설사들은 사업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3일 LH에 따르면 LH는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공동주택용지 27필지를 공급했다. 당초 LH가 연내 분양을 계획한 건 87필지다. 이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땅을 제외하면, 실제 공급 목표는 66필지다. 올해 3개 분기 동안, 공급 목표 중 절반이 채 되지 않는 40.9%를 분양하는 데 그쳤다.
연초 계획으로는 지난달까지 53필지를 공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부 택지의 공급이 늦어졌다. 이에 관해 LH 관계자는 “연간 계획을 발표하긴 하지만 운용 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라며 “계획했던 필지를 분양하지 못할 경우에는 대체필지를 공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공급 계획 중 판매한 27개 필지 중에서는 16곳이 추첨방식으로 분양됐다. 6곳은 최고가 방식의 일반경쟁입찰로 진행됐고, 설계공모 등 공모 방식이 3곳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곳은 수의계약으로 주인을 찾았다.
땅 공급이 연초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중견급 건설사들은 사업 환경이 나빠지기만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는 보통 공공택지를 분양 받아 아파트를 짓고 매출을 낸다. 사업을 하려면 땅이 필수적이다. 땅이 부족하다는 게 중견 건설사들의 최대 난제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중견사들은 정비사업 수주에 무게를 싣기에도 여의치 않다. 회사 덩치와 브랜드 파워에서 대형사에게 밀리기 때문이다. 대형사들은 주택 일감 확보를 위해 지방광역시 정비사업 시장에도 발을 넓히고 있어, 중견사들의 입지는 더 좁아진 형편이다.
대형사들의 광역시 진출 영향으로, 중견사들은 광역시 분양 비중은 줄어든 반면 도 단위의 기타 지방은 증가했다. 주택건설협회 집계 결과 중견 주택업체는 올해 이달까지 전국에서 8만1996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중 강원·경상·전라·충청 등 기타 지방이 3만4826가구로 42.4%를 차지한다. 수도권은 40.4%, 지방광역시는 17%다. 지난 한 해 동안에는 광역시가 26.5%, 기타 지방이 27%로 비슷했고 수도권은 46%였다.
그나마 비빌 언덕은 3기 신도시 택지다. 수도권 지역에 집중된 3기 신도시 택지는 토지보상 등 각종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다. 3기 신도시 택지 공급이 본격화하면 숨통이 트일 수 있으나, 그 전까지는 중견사들의 어려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땅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대형사들이 광역시에도 들어오는 상황에서, 우리 같은 중견급 회사는 정비사업팀이 수주 영업을 하려 해도 쉽지 않다”라고 언급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땅도 적은데 계열사를 동원해 추첨 입찰에 참여하고 당첨 확률을 높이는 곳들도 있어, 땅 확보가 로또 수준”이라며 “소규모 정비사업도 진출이 어려워 먹거리 확보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계획했던 물량 중 설계공모 방식으로공급되는 필지의 공모가 지연돼 실적이 부진한 측면이 있다"며 "지연된 물량은 연내 공급토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