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 반토막' 저축은행 실적 쇼크

대형사 순익 큰 폭 감소
PF부실 악화 전망에 M&A 바람 불 듯

입력 : 2010-08-18 오후 4:07:17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2009회계연도 실적 발표가 시작된 저축은행들의 표정이 무겁다.
 
업계 자산 2위인 한국저축은행(025610)은 순익이 78%나 줄었다. 대형사 중 하나인 제일저축은행(024100), 푸른저축은행(007330)도 순익이 반토막 났다.
 
 <최근 공시된 저축은행 순익 증감>
  08~09 09~10 증감률
한국 402억 90억 -78%
제일 309억 147억 -56%
푸른 160억 88억 -45%
 
업계 사정이 이렇게 좋지 못한 것은 작년 말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부실 때문.
 
제조업은 금융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건설경기는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구조조정 양상을 보인다. 부실화된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건설사에 자금을 대출해 준 저축은행들이 견디지 못한 것.
 
◇ 업계 PF부실 4조원대 
 
감독당국은 저축은행 결산 전인 지난 6월25일 부실 PF채권 3조8000억원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매입키로 했다. 저축은행 결산 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약 4조원의 채권을 매각했음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여기에 향후 PF 부실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양재동 PF 채권단은 양재나들목 인근 2조4000억원 규모의 복합물류센터 시행사를 대상으로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다. 단군이래 최대 규모인 31조원이 들어가는 용산국제업무 사업, 5조원 규모의 판교 알파돔 시티도 제 방향을 못 찾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공모형 PF사업만 약 50건, 사업규모는 120조원에 달한다.
 
이 중 10%인 12조원에 저축은행 자금이 묶여있으며 그 중 3분의 1은 이미 부실채권으로 분류됐다.
 
◇ 밖에서 부는 M&A 바람 
 
업계내에선 이미 8월 이후 대형저축은행들이 실적이 나쁜 중소형 저축은행을 인수합병(M&A)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형사 실적도 형편 없다보니 오히려 외부에서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고 있다. M&A 6건 중 5건이 대형저축은행에 의해 진행된 작년과는 확연히 다르다. 
 
               <최근 저축은행 금감원 공시>
 
◇ 전자공시시스템에 최근 공시된 저축은행 보고서. 손익구조 변경, 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 등이 눈에 띈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웅진그룹 계열사 웅진캐피탈은 주식취득승인 형태로 서울저축은행 인수에 나섰고 예금보험공사도 예쓰저축은행, 예나래저축은행 등을 9월 중에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이 적극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번 매각에도 참여하려 했던 아프로그룹은 오너의 검찰 수사로 인해 매각에 참여하지 못했다.
 
여기에 재무적투자자(FI)를 모아 인수를 모색 중인 개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허위 정보 주의해야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저축은행 순익이 대폭 줄 것"이라면서도 "자기 체력 즉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혹은 자기자본비율(Tier1) 등이 튼튼한 은행들은 M&A 바람에서 자유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가 전화해 '우리 은행이랑 인수합병 얘기가 있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묻는 등 잘못된 정보가 나오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요구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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