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됐음에도 여신전문금융사와 소비자 간 분쟁 중 소제기 건수는 오히려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사들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연체채권 매각에 돌입하면서 관련 소송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여전사의 '분쟁 중 소제기' 건수가 1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해 소제기 건수가 5건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약 3배 늘었다. 분쟁 중 소제기는 금융사와 소비자 간 분쟁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조정을 유도했지만 합의가 결렬돼 소송을 제기한 사례를 의미한다.
업체별 현황을 보면 현대캐피탈이 4건으로 가장 많았다. BNK캐피탈과 JB우리캐피탈은 각각 3건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KB캐피탈, 메리츠캐피탈, BMW파이낸셜 등은 각각 1건으로 확인됐다. 카드사 중에선 신한카드가 유일하게 1건 기록했다.
최근 4분기 동안 추이를 봐도 분쟁 중 소제기 건수는 오름세다. 지난해 3분기 0건, 4분기 4건이었지만 올해 들어선 1·2분기 각각 7건을 기록했다.
분쟁 중 소제기가 집계된 업체들의 전체 분쟁조정 신청건수도 증가했다. 올 상반기 기준 분쟁조정 신청건은 17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분쟁조정 신청건수가 37건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확대됐다.
업체별로는 신한카드가 79건으로 집계돼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현대캐피탈 25건, KB캐피탈 24건, JB우리캐피탈 22건 등으로 20여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이뤄졌다. 나머지 업체들은 BMW파이낸셜 13건, BNK캐피탈 9건, 메리츠캐피탈 3건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금소법이 시행됐음에도 최근 분쟁이 증가한 것은 금융사들이 코로나 확산으로 연체율 관리 돌입한 탓이 크다. 코로나 장기화로 연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여전사들은 대부업체 등으로 연체채권을 매각하는데, 그 과정에서 고객들과의 분쟁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 장기화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난 것도 분쟁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여전사 관계자는 "채권과 관련된 고객과의 분쟁이 생겨서 통계에 잡혔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소비자와의 분쟁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돌입하며 여전사에도 대출총량 규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여전사들은 당국이 제시한 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준수하기 위해 연말이 다가올수록 채권 매각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금융사의 불합리한 대우로 분쟁조정 발생 시 소비자 권리를 주장하려면 계약 조항을 살펴보고 사전에 근거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금융회사와 거래를 할 때는 계약 조항을 세밀하게 확인하고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거래한 계약 조항이나 증거를 미리 확보해 대응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상반기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 발생한 금융분쟁 중 소제기 건수가 증가세를 보였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카드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