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구주매출 50% 이상 속출…"공모주 투자시 잘 살펴야"

구주매출 "기존 주주 배불리기" 논란
케이카·롯데렌탈 등 공모가 밑돌아
예비상장주 시몬느액세서리·SM상선에도 관심 집중

입력 : 2021-10-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공모주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되면서 구주매출 비중도 투자시 살펴야 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구주매출 비중이 50% 이상으로 높은 기업들이 잇달아 저조한 기업공개(IPO) 성적을 거두면서다. 전문가들은 구주매출 자금은 회사에 직접 투자되는 자금이 아니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충분히 참고해야 할 사항이라고 당부하고 있다.
 
표/뉴스토마토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IPO 과정에서 구주매출 비중이 높았던 기업들이 연이어 주가 부진을 겪고 있다.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381970)는 지난 13일 공모가 2만5000원을 밑도는 2만850원에 거래를 마친 뒤 아직 공모가를 회복하기 못하고 있다. 케이카의 구주매출 비중은 91.1%에 달했다. 공모금액의 90% 이상이 신규 투자 재원 확보가 아닌 기존 주주 한앤코의 투자금 회수에 투입되는 셈이다. 케이카는 수요예측(40대 1)과 일반청약(8.71대 1)에서 올해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구주매출이란 기존 주주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 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으로, 자금은 회사가 아닌 기존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구주매출의 비중이 높아지면 투자자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수 있다. IPO 자금 중 높은 비중이 회사가 아닌 기존 주주들에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투자자들이 발을 뺀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성에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다.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며 기대를 모았던 크래프톤(259960)도 구주매출을 통한 '임원들 배불리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크래프톤의 구주매출 비중은 30%대였다. 
 
최근 구주매출 비중이 50%가 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이 점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기존 투자자들의 엑시트를 위해 구주매출이 불가피한 경우들도 있지만, 비중이 40~50% 이상 큰 경우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IPO 대어로 주목받았던 롯데렌탈(089860)은 8월 상장 이후 두달째 공모가를 넘지 못하고 있다. 롯데렌탈의 구주매출 비중은 50%였다. 같은 달 상장한 아주스틸(139990)의 구주매출 비중은 42.3%였다. 아주스틸의 주가는 상장 첫날 급등했지만 이후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듯 구주매출 계획을 철회하는 회사도 나타났다. 아이패밀리SC는 공모주식 중 16.2%를 구주로 내놓기로 했으나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구주매출을 취소했다.
 
곧 상장을 앞둔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과 SM상선의 구주매출 비중도 각각 80%, 50%에 달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몬느는 지분 30%를 보유한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구주매출 전량을 내놓는다. 나머지 잔여 보유 주식 284만5000주에 대해서는 상장 후 3개월까지 보호예수가 걸릴 예정이다. SM상선의 경우 최대주주인 삼라마이다스와 티케이케미칼, 삼라 등이 구주매출로 지분을 내놓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주매출이 높다는 건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얘기"라며 "신주매출을 통해 IPO를 하게 되면 자금이 기업으로 직접 들어가는데, 구주매출은 개인이나 주주들에게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배불리기' 논란도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주매출 비중만으로 공모주 흥행 여부를 따지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를 극복할 만한 성장성이 있거나 투자자 신뢰를 높일 만한 추가 장치를 마련한 경우에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신주매출 100%여도 상장 직후 기존 주주들의 엑시트가 이어지면 오버행 이슈가 생길 수 있는데, 오히려 구주매출 비중이 높으면 유통주식수가 적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4월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와 작년 말 상장한 2차전지주 명신산업(009900)이 있다. 
 
SKIET는 공모주식의 60%를 구주매출로 내놓았다. 이를 통해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1조3000억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SKIET 2차전지 생산에 필요한 분리막 영역에서 차별화된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으며 성공적으로 증시 데뷔를 마쳤다.
 
명신산업은 회사의 성장성에 더해 최대주주와 재무적투자자(FI) 등 구주주들이 모두 보유주식 100%를 6개월 이상 팔지 않겠다고 약속(보호예수)하면서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구주매출 비중이 66.7%에 달해 명신산업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30%대에 불과했지만, 높은 보호예수 비율이 논란을 잠재우는 데 유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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