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금융당국이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기를 앞당긴다. 또 장례식·결혼식 등 불가피한 사유에는 신용대출 한도를 예외적으로 완화한다.
DSR 규제가 조기 확대되면 앞으로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경우에 따라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거의 모든 차주의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대출 문턱을 높여도 정부가 내걸은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 달성 역시 미지수다. 내년도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 역시 올해(6%대)보다 낮은 4~5%대로 끌어내렸다.
정부는 2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제47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관계기관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의결했다.
이번 가계부채 보완대책의 핵심은 DSR 규제를 조기에 시행한다는 것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차주단위 DSR을 3단계에 거쳐 오는 2023년 7월 전면 시행할 계획이었다. 1단계는 올해 7월 전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주담대를 받거나,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는 이들에 DSR 40%(비은행 60%)를 적용하고 있다. 2단계는 내년 7월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어서는 대출자들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었다. 이후 2023년 7월부터 총 대출액 1억원이 넘는 대출자에게도 차주 단위의 DSR 규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내년 7월 시행 예정이던 2단계 조치를 대폭 앞당겨 내년 1월부터 조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3단계 역시 내년 7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이같은 조치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르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
DSR 40% 2단계가 조기 시행되면 대출한도는 대폭 축소된다. 현재 연봉 4000만원 무주택자가 서울에서 6억원짜리 집을 살 때 최대 4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DSR이 40%로 제한되면 대출한도는 3억원으로 1억원 가량 줄어든다. 이미 신용대출 등을 이용 중이라면 대출한도는 더 줄어들게 된다. 대다수 차주의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출 한도를 줄여도 금융당국이 내걸은 부채 총량 관리 목표치에 접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연간 6%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가계대출 억제가 어려운 현 상황에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금융당국은 또 차주별 DSR 40% 규제를 1금융권 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개인별 DSR 기준은 은행 40%, 비은행 60%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는 비은행 기준을 50%로 하향조정했다. 앞으로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 역시 크게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 밖에 DSR 산정시 신용대출의 상환 만기를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다.
최근 풍선효과로 빠르게 증가한 제2금융권 가계대출에 대한 맞춤형 관리도 실시한다. 금융당국은 내년 7월경 상호금융권 준조합원 대출관리를 위한 예대율을 정비할 계획이며 내년 1월부터 차주단위 DSR 산정시 카드론도 포함할 예정이다. 또 카드론 다중채무자 관련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가계대출 양적 증가 관리와 함께 분할상환 확대 등 질적 관리도 들어간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주담대 분할상환 목표치를 상향조정하고 전세대출의 분할상환 유도 및 인센티브를 확대할 예정이다. 신용대출의 분할상환 유도도 지속할 계획이다.
아울러 긴급한 생활형 대출에 한해서는 규제를 완화한다. 금융당국은 장례식·결혼식 등 긴급하고 불가피한 자금 수요는 신용대출 연소득 한도에서 일시적으로 예외를 허용하기로 했다. 반발이 거셌던 전세대출 규제에 대해서도 서민 실수요 보호를 위해 DSR 적용을 하지 않기로 하고, 올해 4분기 가계대출 총량 관리 한도에서도 제외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번 대책 시행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과도하게 지속될 경우 추진 가능한 추가 방안을 마련해 적기에 대응할 예정"이라며 "내년도 가계부채 증가율이 4~5%대의 안정화된 수준에서 관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승범(오른쪽 두번째) 금융위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계부채 관리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