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구속하는데 실패하면서 돌파구를 어떻게 찾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세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손 검사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공수처가 처음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날 영장심사에서 공수처와 손 검사 측은 3시간 가량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 검사 측은 공수처가 소환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손 검사는 윤 전 총장과의 연관성 자체를 부인하며 ‘손준성 보냄’ 고발장 지시 및 전달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혐의를 보강한 뒤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검사는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공수처의 소환 통보에 더 이상 불응하기 어려워졌다.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하더라도 (법원의 기각) 사유를 보면 손 검사가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느냐,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느냐 문제라서 공수처 수사 방향 자체가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면서 “손 검사 입장에서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공수처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게 되니까 일정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의 계획은 다소 어그러졌지만 이를 계기로 새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손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 등에 대한 조사도 빠르면 이번 주 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수사 방향 자체를 틀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는 ‘손준성 보냄’ 고발장이 손 검사(최초 전달자 추정)와 김웅 의원, 지난해 4월 조성은씨, 그리고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당시 법률지원단장)에 이어 당무감사실을 거친 뒤 조상규 변호사(법률자문위 소속)에게 전달돼 지난해 8월 고발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구속영장에 고발장 최초 작성자는 ‘성명불상자’로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역순으로 뒤집어보면 ‘조상규 변호사→당무감사실→정점식 의원→조성은씨→김웅 의원→ 손준성 검사→ 성명불상자(임모 검사 추정)’ 등이다.
검사 출신 정태원 변호사(법무법인 에이스)는 “손 검사는 수사 원칙상 가장 마지막에 불렀어야 했다”며 “(검찰의) 일반적인 수사 원칙은 관련 증거들을 모두 확보하고 기본조사를 모두 마친 후 밑에서부터, 이해관계가 적은 사람부터 소환 조사해나가는 것인데 순서가 뒤죽박죽이 됐다”고 꼬집었다. 애초 수사의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정 변호사는 “(공수처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으려면 혐의 입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혐의 소명이 됐어야 했는데, (공수처 수사 진행 상황을 보면) 대선 앞두고 심리적 압박이 있는지 마음이 너무 급한 것 같다”며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순리(수사 원칙)대로 차근차근 진행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