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의 핵심 인물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9시45분쯤 공수처에 출석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언급한 것에 대해 "그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윤석열이 지시를 했다든지 그 사람과 협의를 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의 이름이 언급됐다고 해서 만약 그것이 배후라고 하면 최강욱과 황희석도 계속 언급했다고 저는 알고 있는데, 그럼 그 사람은 왜 배후가 아닌가"라며 "그건 제가 보기에는 완전 억지다. 고발 사주란 것은 제가 보기에는 실체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제보자인 조성은씨에게 전달된 고발장을 누구에게 받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당시 제가 받았던 많은 제보와 마찬가지로 제보자와 그 경위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또 "제가 몇 번이고 얘기하지만, 그걸 누구한테 줬는지, 제보자가 누군지도 당시 기억을 전혀 못하고 있었다"며 "통화를 그렇게 했음에도 통에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그것을 기억 못하면서 제보자를 기억하라는 것은 앞뒷말이 안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밝혀진 녹취록 자체를 보면 대검에 잘 얘기를 해두겠다고 제가 얘기를 했다"며 "만약 대검에서 제가 받은 거면 대검이 왜 얘기를 잘해주나. 논리적으로 앞뒷말이 안 맞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녹취록에서 말한 '저희'가 누구인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저희'가 만약 증거가 된다고 하면 '우리 원장님이 원하는 날짜가 아니었습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결정적인 증거"라면서 "그 부분에 대한 수사는 지금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제가 공수처가 출범하기 전에 공수처가 만들어지게 되면 윤석열 수사처가 될 것이라고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며 "지금 수사 과정을 보면 공무상 비밀이 계속 누설되고 있고, 피의사실 공표는 하루가 멀다고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맞춰서 소환해야 한다는 얘까지 나올 정도가 됐고, 더불어민주당이 강제 수사를 하라고 지시하자 즉각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전근대적인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수처 고발 사주 의혹 수사팀은 이날 김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다. 특히 조씨와 대화한 통화 녹취파일 내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김 의원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서울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였던 지난해 4·15 총선 직전 2차례에 걸쳐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조씨에게 여권 인사와 언론인에 대한 고발장, 검·언 유착 의혹 제보자에 대한 보도와 실명 판결문 등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지난달 초 조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해 조씨와 김 의원이 대화한 통화 녹취파일을 복구했다. 복구된 녹취파일에는 지난해 4월 김 의원이 조씨에게 텔레그램으로 고발장 사진을 전달하기 전후에 이뤄졌던 통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의원은 조씨에게 "대검 공공수사부에 전화해 놓겠다", "내가 대검을 찾아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까 저는 빠져야 한다",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리겠다" 등의 구체적 정황을 언급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2일 이번 의혹의 또 다른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불러 조사했다. 손준성 보호관은 지난해 4·15 총선 직전 여권 인사와 언론인 등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전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불거진 ‘고발사주’ 의혹의 또 다른 핵심 인물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3일 오전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