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전자(005930) 노동조합이 직원들을 상대로 평균·통상·포괄임금 제도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조사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해 회사에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의지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달 26일부터 12일까지 조합원·비조합원 구분 없이 직원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임금제도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노조의 이번 시도는 창사 이래 처음 시작한 이번 임금교섭에서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내세워 회사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노조는 퇴직금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 관련해 '퇴직금 산정 기준을 알고 있는지', '평균임금 등 주요 문제점에 대해 회사에 항의한 적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현재 퇴직금은 퇴직 직전 3개월 하루 평균 임금에 30(일)을 곱하고 다시 재직일수를 곱한 뒤 365(일)로 나눈 값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회원들이 지난 5월6일 서울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2021 삼성연대 임단투 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조의 이같은 물음은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
LG디스플레이(034220) 등 전자업계 노사간 잇따르고 있는 퇴직금 소송 러시와 무관치 않다. 소송 초점은 성과급을 평균임금으로 볼 수 있느냐에 맞춰 있다. 성과급이 평균임금으로 인정되면 직원들의 퇴직금도 기존보다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급여에서 성과급 비중이 타 업계보다 상대적으로 큰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최근 집단소송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삼성전자 구 프린터사업부 직원 95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 1심에서 지난 6월 승소한 것을 예로 들며 "퇴직금 중간 정산한 인원에 한해 소송참여가 가능하다"고 향후 소송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재 삼성전자는 연 1회 초과이익성과금(OPI·옛 PS)과 연 2회 목표달성 장려금(TAI, 옛 PI) 등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통상임금 관련해서는 '회사로부터 통상임금 교육을 제대로 받았는지', '교육 수준은 어땠는지', '교육을 받은 이후 서명을 강요받았는지' 등의 질의가 포함됐다. 통상임금은 시간 외·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의 산출 기초가 되는 임금이다.
노조는 "통상임금은 노사간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아 법 판단을 구하는 사례가 많다"며 "승소할 경우 확장된 통상임금에 따라 초과근무수당·연차수당·퇴직금 등이 재산정돼 지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8월 단체협약을 맺은 뒤 9월 임금교섭을 시작했다. 지난해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처음 이뤄지는 교섭이라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끌고 있다. 그간 삼성은 창업주 고 이병철 전 회장의 무노조 경영 방침에 따라 50년 넘게 노조가 아닌 사내 자율기구인 노사협의회를 통해 매해 임금 인상률을 정해왔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