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KT는 정직하게 스스로 돌봐야

입력 : 2021-11-10 오전 6:00:00
지난달 25일 점심 무렵에 당황했다. 점심약속 장소를 찾기 위해 전철에서 내려 인터넷으로 지도를 검색하려고 했다. 그러나 몇 번을 시도해도 인터넷은 열리지 않아 애먹다가 약속시간을 지나서 간신히 도착했다.
 
나중에야 이날 KT 인터넷연결망이 전국적으로 마비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것도 하필 점심시간에 85분간 일어났다. 이 때문에 이날 점심 시간에 영업을 하는 많은 소상공인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당했다. 주식시장이나 비대면 학교수업과 시험 등 그 피해를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렵다. 
 
KT는 처음에는 디도스 공격탓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경찰청 테러대응팀이 본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KT의 설명이 거짓임이 곧바로 드러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 결과 무엇보다 국가기간통신망 사업자인 KT가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네트워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가 된 KT의 네트워킹 작업은 애초 야간작업으로 승인됐지만, 작업은 낮에 진행됐다. KT 관리자도 없이 협력업체 직원들끼리만 작업을 수행하는 등 작업관리체계가 부실했다.
 
한마디로 이번 사건은 터무니없는 인재였던 것이다. 허성욱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도 "KT가 네트워크 작업 과정에서 기본적인 절차도 지키지 않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졌을 때 건너야 하는데 이를 어기고 일어난 교통사고 같은 것이라고 허 실장은 지적했다.   
 
이날 KT는 기업거래(B2B) 사업 확장을 위한 인공지능컨택센터 신규 출시를 발표했다. 통신사업 비중을 낮추고 ICT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한 '디지코' 전환 계획의 하나였다. 이번 사고는 그런 거창한 계획이 어쩌면 신기루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야기했다. 
 
더욱이 2018년 11월, 아현국사 화재로 통신 대란을 겪은지 3년도 채 안돼 비슷한 대형사고가 또 일어났다. 그러니 KT의 국가기간통신사업자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KT의 환부는 이미 내부에서 오래 전부터 싹터왔는지도 모르겟다. 최근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상품권 할인을 통해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불법 기부한 구현모 KT 대표이사 등 14명이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이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 사이 상품권 할인을 통해 11억 5000만원 상당의 부외자금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4억3800만원을 소위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국회의원 99명에게 정치자금으로 불법 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수장이었던 황창규 전 회장은 공모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됐다.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KT는 최근 한눈을 너무 팔아왔다. 이를테면 금융에 자꾸 기웃거린다. 금산분리 훼손이라는 비판과 논란을 겪으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해 K뱅크를 거느리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지분매각 입찰에도 나섰다. 본업인 통신사업이나 제대로 하지 않고 이렇게 은행업에 발을 담그려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 약 168억원의 잠정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한다. 올해 누적순이익 기준으로 출범 4년여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가 커지겠지만, 그것은 아직 알 수 없다. 앞으로는 건전성 기준이나 영업감독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설사 케이뱅크에서 이익을 낸다 해도 KT에 무슨 유익한 점이 있는지는 더욱 모르겠다. 어쩌면 KT의 유휴인력을 내보내는 배출구나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기업이 때로는 다각화를 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라도 본업의 기본적인 책무와 상식을 잃어서는 안된다. 본업에 사력을 다해도 크고작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하물며 다른 사업에 자꾸 기웃거릴 경우 그 위험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물론 KT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이 기본책무를 지키지 않다가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내거나 지탄을 받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러니 보다 정직하게 스스로를 돌볼 필요가 있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에우리피데스의 작품 속 대사처럼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더 깊이 성찰해 보라는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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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