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고공행진하던 컨테이너선 운임이 상승세를 멈추면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선 아직 화물량이 많고, 미국항을 중심으로 적체도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낙폭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화물운송 가격 서비스 업체 프레이토스가 집계한 해상운임지수(FBX)에 따르면 중국에서 출발해 미주 서안으로 가는 컨테이너선 운임은 지난주 1TEU당 1만3295달러를 기록했다. TEU는 6m 길이 컨테이너를 말한다. 전주와 비교하면 26% 하락했으며 2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이 노선 운임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오르기 시작해 9월 둘째주에는 평소 10배 수준인 2만586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다.
국내 컨테이너 선사들이 주로 활용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급등세를 멈췄다. SCFI는 아시아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선 주요 15개 항로 운임을 종합한 지수다.
SCFI는 지난달 8일 4647.6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4주 연속 하락곡선을 그렸다. 지난주 운임은 4554.04로 최고점과 비교하면 93.56포인트 낮다. 다만 FBX와 달리 지난주 미주로 가는 운임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서안의 경우 전주보다 1FEU당 269달러, 동안은 161달러 올랐다. FEU는 12m 길이 컨테이너를 말한다. 미주를 제외한 다른 노선은 모두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모습. 사진/뉴시스
세계 해운 컨설팅 업체 드루리(Drewry)에 따르면 전 세계 컨테이너운임지수는 9월 말 1FEU당 1만달러를 돌파했으나 지난주에는 9193달러로 하락했다.
건화물선 운임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 또한 하락세가 뚜렷하다. 건화물선은 철광석이나 석탄, 곡물 같은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을 말한다. BDI는 지난달 7일 5650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현재 2000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날 기준 지수는 2591을 기록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화주들이 컨테이너선을 확보하기 위해 더 얹어줘야 했던 프리미엄도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태평양 횡단 컨테이너선 운송비가 4분의 1 이상 하락한 것은 마침내 해상 운송 수요가 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해상운임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타는 건 4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11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3분기 몰린 물동량이 4분기에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운임도 하락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현재 운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주 SCFI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지수인 1857.33과 비교하면 2.5배가량 높다. 현재 FBX 또한 올해 초 4200달러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날 BDI는 지난해 같은 날 1112달러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다.
업계에서는 화물량이 여전히 많고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항만 적체도 아직 해결되지 않아 앞으로 큰 폭의 운임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한 물류중개사(포워더) 관계자는 "화주들이 선박을 잡기 위한 경쟁이 아직 치열한 상황이라 운임 하락 효과를 체감하진 못하고 있다"며 "부산항 또한 혼잡이 계속되고 있어 운임이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또한 미국 서부 항만 병목 현상이 해소되려면 앞으로 몇 달이 더 걸릴 것이라며 "선박회사 임원들은 빨라야 내년 2월에 항만 정체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