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총리의 '당당한 기백'과 '수습용 사과'

김부겸 국무총리께 전하는 글

입력 : 2021-11-19 오전 6:00:00
김부겸 국무총리님 안녕하십니까.
 
과거로부터 잘못된 관행과 비리, 부정부패를 바로 잡기 위해 한 때 추진했던 정부의 개혁 작업이 있었습니다.
 
‘비정상의 정상화’, 천인공노로 쇠창살을 마주한 박 씨의 취임 시절 내세웠던 슬로건입니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로 썩어가던 벼슬아치의 모습을 볼 때마다 ‘비정상의 일상화’ 핀잔이 떠오릅니다.
 
헤겔의 정신철학이라고 불리는 엔치클로페디의 논리학을 문득 떠올리면, 자신을 자신 안에서 규정하는 정신의 슬기와 덕행의 뛰어남을 우린 ‘지성’이라고 배웠지요.
 
하지만 국정농단에 휘둘린 우리는 반지성의 노림수에 사리분별의 집단지성으로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세계적 전염병인 '팬데믹(Pandemic)' 시대에는 더욱 올곧은 행동과 태도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청동 공관의 어처구니없는 얘기가 들리더군요. 슈퍼바이러스가 국내 창궐한 지 1년9개월17일째, 국민이 뜻을 모아 조심스럽게 일상회복에 나서는 중차대한 시기에 말이죠. 공동체의 안전이 위태로울 때마다 무책임한 행동에 엄단을 부르짖던 총리께서, 아니 코로나19 방역의 총책임자께서 ‘방역 수칙 위반’이라니요.  
 
“친구 부인을 그냥 돌아가라고 할 수가 없어 동석했다”는 해명을 들은 공직사회의 부처 내 공무원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들 보고 싶은 친구와 만나지도, 가족들과 번듯한 외식 한번 못하고 숨죽이며 방역 수칙을 지켰습니다. 부하 직원들이 방역 수칙을 어겼다면 어떤 불호령이 떨어졌을까요.
 
툭하면 방역 우려에 공직기강 하달로 다들 물리고 물린 도시락만 까먹다보니 넘쳐나는 일회용 쓰레기와 음식물로 청사 내 청소 여사님들의 눈치까지 봐야할 정도였습니다.
 
정부세종청사 총리비서실 건너편 음식점에는 아직도 4~5명만 모인 테이블이 아직 많습니다. 김부겸 총리님처럼 ‘당당한 기백’이 없어서일까요. 내 쾌락을 위해서라면 방역 수칙 따윈 아무렇지 않다는 공감 능력의 결여가 배신감마저 들게 합니다.
 
아니면 수많은 총리가 거쳐 간 총리 공관의 터를 탓해야할까요. 산불대란 속 골프 파문, 관용차의 KTX 플랫폼 사건의 전 총리들과 함께 총리 실록에 실리셨으니 오히려 뜻하신 '플랜 B' 의중이 있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변혁의 시대에 선결과제로 내밀던 관행안주·관망보신·관권남용의 3관 척결 중 일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얘기인가 봅니다.
 
‘사태수습용’ 사과가 진정성이 담긴 사과일까요. 사귀던 연인이 하루아침에 배신을 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합니다. 총리 참모진들도 충신은 아닌가 봅니다. 옆에서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면 이런 사태를 막지 않았을까요. 
 
스타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삽니다. 생물인 정치도 맥락은 유사합니다. 하지만 방역수칙을 위반한 한 배우는 예능프로그램에서 하차했습니다.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선수는 태극마크를 내려놔야했습니다.
 
국회 앞 자영업자 추모 분향소를 보시곤 느끼는 게 없으시나요. 차라리 어려운 식당을 찾아 11명의 재난지원금을 모두 결제하셨다면 박수라도 치겠습니다. 인기 영합으로 팬클럽까지 생겼을지 모를 일입니다.
 
첫 취임 당시 공식석상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 공직자로서 명심해야 할 원칙을 말하셨습니다. 국민들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들어 나가시겠다고.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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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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