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국내외 기업의 메타버스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플랫폼을 육성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안이 나온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민간 주도의 플랫폼 육성을 강조하며 규제 개선을 위한 부처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23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상융합경제법(안) 관련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준비 중인 법안 내용을 공개했다. 조 의원이 내놓을 해당 법안은 가상융합경제부터 기술·기기·서비스 및 확장가상세계(메타버스) 등을 정의하고 진흥할 방안을 담았다. 특히 가상융합산업진흥위원회·가상융합산업규제개선위원회 등을 설치하고, 해당 산업에 임시적으로 적용할 기준을 마련하는 임시기준 근거를 포함했다.
23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융합경제법(안) 관련 전문가 토론회'. 사진 왼쪽부터 조규조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부회장,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김정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관. 사진/김동현 기자
업계에서는 기본적인 메타버스 진흥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뒀지만, 글로벌 플랫폼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개방형 플랫폼 구축을 요청했다. 박재완 맥스트 대표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11년째 하고 있지만 근거법 없는 막연한 사업 확장이나 예상치 못한 규제에 두려움이 있었다"며 "과거 폐쇄형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를 피하기 위해 누구나 발전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SK텔레콤(이프랜드)·네이버(제페토) 등이 적극적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해외 대형 플랫폼 사업자인 페이스북은 '메타'로 사명을 변경하며 메타버스 사업 확장을 예고했고, 글로벌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도 메타버스 개발자 플랫폼을 선언했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 생태계 확보를 위한 민간 주도·정부 지원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규조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법안에서 개선위원회에 창구를 설치해 산업계 의견이 전달되도록 했지만 실행력을 담보하려면 협회 업무에 규제개선 창구 역할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며 "가상융합산업도 글로벌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적기에 대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T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사진/SKT
전문가들은 부처 입장 충돌에 따른 규제 개선 속도에 우려를 나타내며 부처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도영 법무법인 비트 변호사는 "개선위원회는 부처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메타버스도 클라우드, 콘텐츠 등 다양하게 구성되지만 각 법에 쪼개져 있다. 이를 하나로 묶을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병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에 준비 중인 법안의 규제 개선 내용과 관련해 "개선위원회가 합리적 개선방안을 권고하면 해당 중앙행정기관장이 회신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 회신의 효과는 미미하다"며 "다른 입법례에서는 권고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수용하도록 한다. 이 법에서만 그 강도를 특별히 낮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2월 범정부 차원의 메타버스 대응을 위한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을 수립했다. △경제사회 전반의 확장현실(XR) 활용 확산 △선도형 XR 인프라 확충 및 제도 정비 △XR기업 세계적 경쟁력 확보 지원 등 3대 전략·12대 추진과제를 담았다. 올해 들어서는 메타버스 얼라이언스(5월), 메타버스 경·사·문 포럼(9월) 출범 등 발전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