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LG(003550)그룹과
SK(034730)그룹이 분리막와 동박 등 배터리 소재 사업을 확대하며 유럽 배터리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전기차 최대 시장인 유럽에 배터리 소재 생산 거점을 마련해 현지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차원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
SKC(011790)의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최근 폴란드 당국과 동박 공장 건설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동박은 머리카락 두께의 15분의 1정도 수준의 얇은 구리판으로 배터리 음극재에 전류를 흐르게 하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다.
서울 종로구 더케이트윈타워에 위치한 SKC 사옥 전경. 사진/SKC
SKC는 전기차 최대 시장 유럽 생산 기지 마련을 위해 지난 5월부터 약 6개월간 폴란드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왔다. 동박 공장이 들어서는 곳은 지난 8월 폴란드 정부가 특별법안으로 지정한 미래산업단지로, 글로벌 이차전지 제조사 공장과 5~8시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난 이점이 있다. 각종 세제와 행정절차 간소화 혜택은 물론 산학협력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SKC는 한화 9000억 원을 투자해 5만톤 규모의 동박 생산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이르면 2024년 상업생산에 돌입한다. SKC는 동박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동박 수요는 연평균 44%씩 증가해 2025년 14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유럽 배터리 소재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의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더해 소재 사업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폴란드 제1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는 유럽 첫 생산 거점 폴란드 리튬이온 분리막(LiBS) 공장을 지난 달부터 가동했다. 분리막은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로 배터리 안정성을 좌우한다. SKIET 분리막 공장은 연산 3.4억 제곱미터(m²) 규모로, 이는 전기차 30만대 이상 탑재 가능한 물량이다. 생산 물량은 SK온을 비롯한 글로벌 배터리사에 공급된다. SKIET는 티어1(Tier1)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SKIET는 폴란드 실롱스크주에 2024년까지 총 2조원을 투자해 유럽 최대규모인 15.4억m2의 분리막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테스트 가동 중인 1공장을 비롯해 연산 3.4억m2 규모의 2공장은 2023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각각 4.3억m²의 규모의 3·4공장은 지난 7월 착공에 들어갔다.
LG그룹의 화학 계열사
LG화학(051910)은 일본 도레이와 합작으로 1조원을 투자해 헝가리에 분리막 공장을 신설한다. 헝가리는 유럽 내 물류·교통 편의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LG화학의 주요 고객사들이 인접해 있어 유럽 시장 지위를 확대하고 현지 고객 대응력을 강화하는데 유리한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LG화학은 오는 2028년까지 연간 8억m²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중 라인 증설에 들어갈 예정이며, 양산된 분리막은 폴란드 보르츠와프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등 유럽 배터리 기업들에 공급된다. LG화학은 분리막 사업화를 위해 지난 7월
LG전자(066570)의 분리막 코팅 사업 부문을 5230억원에 인수했다. 자체 보유한 코팅 기술에 도레이의 역량을 더해 글로벌 분리막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배터리 시장 지배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만큼 글로벌 선두를 지키기 위해서는 유럽 시장 공략이 주효하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선두 업체들 대부분이 소재부터 배터리 생산에서 나아가 완성차 공급까지 일괄적으로 해낼 수 있는 주요 OEM들이 위치한 유럽 시장에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경쟁적인 현지화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