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대출 총량규제로 시중은행에서 연말 대출 공급이 한도에 다다르면서 수도권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고신용자 차주들이 이동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24일 저축은행중앙회가 공시한 '신용대출 금리대별 취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연이율 10% 이하 대출 비중이 크게 급증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올 초만 해도 연 10% 이하 금리로 취급된 대출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71.2% 비중을 기록해 폭증했다. 연이율 12% 이하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대출의 97.6% 비중을 차지해 사실상 대부분의 대출은 고신용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통상 저축은행에서 연이율 10% 이하 금리가 적용되는 대출 고객의 신용점수는 900점 내외다.
수도권 소재 키움저축은행도 올 초에는 연리 10% 이하 대출 비중이 22.1%였지만 지난달에는 41.7%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연이율 12% 이하를 기준으로는 전체 대출 중에서 과반의 비중을 차지했다.
페퍼저축은행 역시 지난달 연 10% 이하 금리로 공급된 대출 비중이 크게 성장했다. 올 초에는 연이율 10% 이하 대출 비중이 6.3%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지난달에는 13.1%로 확대됐다.
이처럼 수도권 저축은행에서 고신용자 차주가 늘어난 건 일차적으로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 탓이다.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도입되고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줄이 막힌 일부 고신용자가 저축은행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늘었다.
지주계 저축은행이 하반기부터 대출 취급을 줄인 여파도 반영됐다. 통상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거부된 차주들은 주로 연계대출 제공하는 지주계 저축은행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올 상반기만 해도 지주계 저축은행은 이런 고신용자를 대거 흡수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저축은행에도 총량규제가 적용되면서 상반기 공급을 크게 확대한 지주계 저축은행이 하반기부턴 공급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바꿨고, 이에 따라 대출 여력이 있는 수도권 저축은행 위주로 고신용자가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수도권 저축은행은 고신용자 고객 비중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저신용자에 비해 이자 수익은 높지 않지만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고객층이 한정된 상황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고신용자의 경우 부실 위험이 낮다는 것도 이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대출 규제에 따라 저축은행에 고신용자 유입이 늘어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신용대출 영업 채널이 늘어나면서 고객층이 다양해진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신용 차주의 경우 부실 리스크가 낮기 때문에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 대출 규제 여파로 지난달 수도권에 위치한 저축은행에서 연이율 10% 미만 대출 비중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점포.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