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광폭행보'…사업에 업계 대변, 지정학 위기 해법까지

그룹 총수·상의 회장·학술원 이사장 등 '1인 3역'
해외 오가며 사업 챙기고 정부에 업계 입장 피력
한·미·일 주요 인사 범태평양 현안 논의 플랫폼도

입력 : 2021-11-30 오후 3:53:05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기업 총수와 경제단체장, 학술원 이사장까지 '1인 3역'을 소화하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업을 챙기고 산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동시에 미·중 패권 경쟁, 북한 핵 문제, 글로벌 공급망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해법 모색에도 나서고 있는 것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대한상의 수장이 된 이후 탄소 중립과 규제 개선, 중소기업 지원 등 현안에 관한 산업계의 입장과 바람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탄소중립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제2차 탄소중립산업전환 추진위원회에서 "(정부가)'2030 NDC'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크게 상향했고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도 2배 이상 높아져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많은 상황"이라며 "산업계가 탄소중립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규제 위주의 관점보다 포지티브한 방법인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인센티브를 통해 혁신적 탄소 감축 기술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CEO세미나'에서 폐막 스피치를 하고 있다.사진/SK
 
지난달 홍남기 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는 탄소중립 기술개발과 환경사업 육성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기업이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며 기후대응기금과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을 적극적으로 투입해달라고 요청했다.
 
민간 경제외교관으로서의 역할도 활발하다. 최 회장은 이달 초 한·일 관계 개선과 양국의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계 협력 플랫폼 구축을 제안하는 한편 헝가리에서 '한-V4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하고 헝가리 외교통상부장관 등과 면담도 했다. 지난 5월에는 한·미 정상회담 당시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 유력 경제단체·싱크탱크 리더 등을 만났다. 당시 조지아주와 워싱턴 D.C.에서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식에 참석해 한·미 우호 관계를 다지기 위한 노력도 했다.
 
사업도 부지런히 챙겼다. 5월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등을 방문했던 최 회장은 7월에도 미국을 찾아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현지 사업을 점검했다. 지난달 말에도 미국을 방문했다. 이때 최 회장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 총무를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SK의 전략과 미국 내 친환경 사업 비전 등을 소개하고 관심을 당부했다. SK온이 건설 중인 공장과 관련한 지원도 요청했다.
 
SK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일도 빠뜨리지 않았다. 최 회장은 지난달 말 열린 '2021 CEO 세미나' 폐막 스피치를 통해 ESG를 기반으로 더 큰 수확(Big Reap)을 거두고 이해관계자와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립의 관점에서 2030년까지 그룹이 목표로 삼아야 하는 ESG별 세부 스토리도 직접 디자인해 CEO들에게 제안했다. 대표적인 게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 210억톤의 1% 정도인 2억톤의 탄소를 SK그룹이 줄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미·중 패권 경쟁과 북한 핵 문제, 반도체·배터리·백신 등의 글로벌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 해법 모색에도 나섰다. 최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종현학술원은 다음 달 6일부터 8일까지 미국에서 '제1회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를 개최한다. 한·미·일 전·현직 고위 관료와 학자, 재계 인사 등이 모여 태평양과 동북아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TPD는 범태평양 지역 민간외교와 정책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최 회장이 수년간 구상해 만든 지정학적 위기 해법과 경제외교 대안 제시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다. 최 회장은 TPD의 아젠다 선정부터 일일이 챙겼고 일부 인사들에게는 여러 차례 연락해 참석을 요청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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