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해상 운임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감염자가 다시 늘면 최근 들어 어느 정도 풀리는듯 보였던 항만 혼잡이 다시 심화할 수 있어서다.
1일 한국해양진흥공사 주간 통합 시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서안 항구인 로스앤젤레스(LA)·롱비치(LB)항의 최근 대기 선박 수는 약 80여척으로 집계됐다. 이 항구들의 평소 대기 선박은 20척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LA와 롱비치항은 미국 전체 물동량의 40%를 소화하는 거대 항구다. 올해 내내 적체가 계속됐는데 3분기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혼잡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비수기인 4분기에 진입하며 항만 적체는 최악을 조금씩 벗어나는 분위기였다. NH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글로벌 컨테이너선 대기 선박은 856만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보다 23만TEU 줄어든 수준이다.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진정됐고, 항만 운영도 점차 정상화한 덕으로 보인다.
물동량이 늘고 코로나19로 주요 항만들이 인력 부족을 겪으면서 올해 해상 운임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바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5월 초부터 9월 말까지 21주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현재 운임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여전히 2배 이상 비싼 수준이지만 급등세는 지났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유럽에서 다시 기승을 부리고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도 등장하면서 운임이 언제든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달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모습. 사진/뉴시스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이 다시 방역 고삐를 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8월 중국 닝보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2주가량 항만을 폐쇄했고, 그 여파가 동아시아와 북미, 유럽 항만의 적체로 이어지기도 했다. 아울러 오미크론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내륙 운송 인력 부족 문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 선박 부족과 항만적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까지 문제가 된다면 운임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큰 항만의 적체는 전 세계 선박들의 스케줄에 줄줄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물류난으로 이어지기 쉽다"며 "해상 운임은 내년까지 고점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는데, 오미크론 등장으로 조정 시기가 더욱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해외 국가 항만의 폐쇄나 선원 교대 금지가 현실화할 것을 고려해 수출입물류 상황 긴급 점검에 나섰다. 문동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열린 수출입물류 비상대응 전담반(TF) 4차 회의에서 "기업의 정책지원 수요 조사와 물류 상황에 맞춰 향후에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