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메모리 반도체 고점론이 불거지면서 시장의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D램 가격 변동을 두고는 분석이 엇갈린다. D램 현물가격 상승에 대해 '바닥 다지기'에 들어간 신호로 해석하는가 하면, 여전히 수요 감소 우려를 누그러뜨릴 정도는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1일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쓰이는 D램(DDR4 8Gb 1Gx8 2666 Mbps) 현물 가격이 3.53달러까지 올랐다. 평균가격은 3.274달러로 종전보다 0.58% 상승했다.
현물가격은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현물가격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고정거래가격 추이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현물가격이 상승하면 고정거래가격 상승의 전조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고정거래가격도 보합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1월 D램 PC향 범용제품(DDR4 8Gb 1Gx8 2133㎒)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71달러로 전달과 동일했다. 당초 트랜트포스는 D램 가격이 올 4분기 전분기 대비 3~8% 하락한 후 내년에는 올해 대비 15~20%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침체 기간이 의외로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시장에서 반도체 고점론을 제기한 것과 달리 수요가 굳건한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반도체 수출액이 120억4000만달러로 역대 11월 중 가장 높은 수출액을 기록했다. 올 11월까지 누계 수출액은 모바일 수요 강세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황 호조세로 1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렇다 보니 업계는 D램 가격이 내년 초까지 바닥 다지기를 한 후 1분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10월까지도 시장 분위기가 계속 안좋을 것이라고 봤는데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유지되는 것을 보면 시장 예측이 틀렸다"며 "D램 수요는 내년에도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시장 예상처럼 20% 떨어지지 않고 소폭 하락에 그친 후 3~4월이면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D램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엔 여전히 비관론도 공존하고 있다. 고객사의 재고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하반기 들어 감소세를 보였던 고객들의 D램 보유 재고가 재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PC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의 경우 평균 10~12주 수준까지 D램 재고가 높아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올초 D램 업황의 고점 논란이 불거졌던 때와 비슷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또 "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공급 업체들이 D램 완제품 재고가 1~2주 수준으로 여전히 평년치인 4~5주 이하에 머물러 있지만 삼성전자의 증설을 감안하면 공급사의 보유재고 역시 올 연말을 지나면서 증가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도 시장 전망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다. WSTS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8.8%로 제시하며 지난 8월 전망치 10.1%보다 1.3%포인트 전망을 낮췄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크게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2분기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올해 37.1% 성장하고 내년에 18.4% 커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번 보고서에선 올해 성장률을 34.6%, 내년은 8.5%로 종전보다 각각 2.5%포인트, 9.9%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