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술에 취한 20대 여성을 자신의 차에 감금하고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에 대해 검찰이 내린 ‘불기소 처분’을 헌법재판소가 취소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피해자 A씨가 낸 헌법소원심판에서 검찰의 피의자 B씨 불기소처분이 감금죄의 법리를 오해하고 증거 판단을 잘못한 자의적 행사로서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이를 취소하란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의자 B씨가 만취한 A씨를 그 의사에 반해 차량에 탑승시켜 운행한 행위는 감금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며 “검찰은 감금죄 성립을 부정했으나, 이는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감금죄의 법리를 오해한 데에서 기인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B씨는 ‘A씨가 차량 운행 중 내리려고 하자 위험해서 이를 제지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정차 후 곧바로 A씨의 턱을 강하게 잡고 입맞춤을 하는 등 강제추행한 점, 강제추행의 고의를 인정한 종전 진술이 있음에도 거짓말을 하고 부인하다가 추궁을 당하자 범의를 인정한 점 등 사실과 배치되는 진술로 일관한 점에 비춰 보면 B씨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며 “따라서 B씨가 A씨의 하차를 제지하고 차량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일련의 행위는 감금죄의 위법성을 조각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금의 수단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고 반드시 물리적인 강제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만취한 사람을 그 의사에 반해 차량에 탑승시켜 운행한 행위도 감금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 같은 감금죄 법리에 입각해 볼 때 이 사건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관계만으로도 B씨의 감금 혐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B씨는 대구 달서구 소재 식당 앞 노상에서 만취해 쭈그려 앉은 전혀 모르는 여성 A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웠다. 운행 도중 A씨가 정신이 돌아와 하차하려 하자 B씨는 A씨 상체를 눌러 앉혀 나가지 못하게 했다.
이어 B씨는 차량을 정차시킨 후 A씨의 얼굴을 잡고 강제로 키스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가 B씨 차량 앞에 도착하자 A씨는 울면서 조수석에 뛰쳐나오며 “도와주세요, 이 사람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소리쳤고, B씨는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러나 검찰은 B씨가 A씨를 차량에 탑승시킬 때 물리적인 강제력의 행사가 없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감금 혐의를 부정하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검찰의 불기소처분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헌재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