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계간지는 단순 ‘여행 정보 서적’이 아니다. 멜로우 팝을 트는 을지로 레코드 바를 공유하고, 동대문 공장에서 풍겨오는 고소한 들기름을 소개하며, ‘종로구 계동 산책’ 같은 데이트 코스까지 안내한다. 여행이란 주제의 큰 줄기 아래 ‘멋’ 취향들을 여러 갈래로 엮어냈다. 글과 어우러지는 사진과 디자인의 ‘멋 앙상블’도 ‘숨멎(숨을 멈추게 한다 축약, 여기선 숨은 멋의 중의)’. 서울을 시작으로 시리즈를 다음 호부터는 해외로 확대한다. 영상, 소리, 음악 콘텐츠도 제공한다.
VACAY SEOUL
박선혜, 정소령, 이미례, 오예찬 지음|노마드프로젝트 펴냄
소설 배경은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겨울날 네덜란드의 농촌 마을이다. 주인공 10살 소녀 ‘야스’는 스케이트 대회에 나간 큰오빠가 죽었다는 소식에 공포에 사로 잡힌다. 이들 부모는 아들의 죽음을 일종의 형별이나 저주로만 여기고, 동네에는 구제역이 덮쳐 살처분과 죽음이 난무한다. 세상이 온통 폐허로만 보이는 야스의 눈을 통해 소설은 죽음과 폭력의 잔인성을 고발한다. 저자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최연소(28살)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다.
그날 저녁의 불편함
마리커 레이네펠트 지음|김지현 옮김|비채 펴냄
“자동차 디자인은 작가가 조각 작품을 대하는 시선에 가까워야 한다.”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가 독일 아우디, 폭스바겐을 거쳐 한국 기아 K시리즈를 성공시킨 이야기를 전해준다. 비례와 균형, 인체공학에 맞는 실내 디자인 설계, 자동차 모델을 하나의 단어로 집약하는 통찰력…. K5 전면 디자인에 백두대간 호랑이 얼굴에서 본 한국인의 기개를 담았다. 대통령 의전 차량인 제네시스 G90은 한국의 궁수 이미지로부터 동적 우아함을 표현했다.
디자인 너머
피터 슈라이어 지음|오수원 옮김|윌북 펴냄
계간 ‘문학과사회(2020년 가을호~2021년 여름호)에 연재했던 소설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표제작은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에 등장하는 상아, 뿔에서 빌려온 것이다. 상아의 문으로 흘러 든 꿈들은 거짓이고, 뿔의 문으로는 진실만 통과할 수 있다는 개념을 주인공 ‘진여’는 일상 속에서 해석해간다. ‘확실하다는 것’은 무엇인지, ‘100%의 진실이 있는지’를 저자는 다음 문장에 의해 계속해서 해체해간다. 거짓과 진실, 꿈과 현실의 경계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상아의 문으로
구병모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의사인 저자는 “주식투자로 돈 번 일을 자랑하거나 알리고 싶어 쓴 책이 아니다”라 한다. “의사임에도 근로소득만으로 가족 행복을 책임지기 힘든 시기에 투자 경험을 공유하고자 원고를 썼다”고 한다. 자신에게 맞는 시장주도주·관심주·턴어라운주 짜기, 1종목만 1~6개월 중기 스윙하는 투자 전략 세우기 등을 공유한다. 그도 처음에는 마이너스 통장을 뚫고 서울 집 한 칸 마련할 자금이 없던 상태였다. 5년 만에 세후 55억원을 이루기까지 과정을 소개한다.
개미 5년, 세후 55억
성현우 지음|모루 펴냄
하얗게 뒤덮인 세상 앞에 인간은 동등하다. 아이와 어른의 경계와 구분이 희미해진다. 주인공 꼬마가 눈덩이를 ‘눈 아이’라고 명명하는 순간 따뜻한 겨울 풍경이 그려진다. 가지에 쌓인 눈인 녹아 떨어질 때까지 시간을 그리며 작가는 독자들 각자의 유년 시절로 잡아 끈다. 산토끼, 산새, 사슴과 같은 순한 숲속 동들들이 눈밭에서 뒹굴고 아이들이 눈빵을 만들며 책가방 썰매를 타는 정겨운 소리들이 들려올 듯하다. 눈에 관한 따뜻한 기억이 세대를 관통한다.
눈아이
안녕달 글그림|창비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