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아동학대 치사 범죄에 대한 권고 형량범위를 최고 징역 22년 6개월, 아동학대살해죄는 무기징역형까지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1주기를 맞은 '정인양 학대사건'에 대한 법제정 등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피해자가 끊이지 않고 있는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전날 양형위가 113차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수정안 권고 형량범위를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죄의 기본형은 징역 4~7년으로, 감경요소를 적용하면 징역 2년6월~5년, 가중할 경우 6~10년형이다. 그러나 수정된 양형기준은 기본형이 4~8년까지 늘고, 가중요소를 적용하면 7~15년으로 형이 상향된다. 특히 가중처벌 요건은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에는 특별조정을 통해 권고 형량범위 상한을 징역 22년6개월까지로 늘렸다.
양형위는 "살인 고의에 대한 입증이 어려워 아동학대 살해로 기소되지 못하더라도 여느 범죄보다 책임이 중하다는 점, 형량 상행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양형위는 또 고의적 아동학대살해범죄에 대한 처벌조항이 신설됨에 따라 이에 대한 양형범위를 새로 마련했다. 기본형은 17~22년까지, 가중할 경우 2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이상으로 정했다. 감경 필요성이 있더라도 징역 12~18년형이 적용된다.
양형위는 "아동학대살해죄의 신설 취지와 범죄 특성을 고려해 각 영역에서 형을 2년씩 상향하고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에 해당하는 경우 살인범죄 양형기준과 비교해 더 무거운 형량범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새로 마련된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중 성적학대와 아동매매에 대한 양형범위도 새로 결정됐다. 성적학대죄의 경우 기본 징역 8개월에서 2년6개월까지, 가중형은 2년 이상 5년까지이다. 감경하더라도 최소 징역 4개월 이상 1년6개월까지이다. 아동매매죄는 기본형 징역 1년에서 3년까지 가중형은 2년6개월에서 최고 6년이며, 감경형도 최소 징역 6개월에서 2년까지로 결정됐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중 신체적·정신적 학대와 유기·방임죄는 현행 양형기준에서 가중영역의 하한과 상한이 모두 올라갔다. 이에 따라 기본형(징역 6개월~1년6개월)과 감경형(징역 2개월~1년)로 변동 없지만 가중형은 징역 1년2개월에서 3년6개월까지로 상향됐다. 지금까지의 가중형은 징역 1년에서 2년까지였다. 양형위는 여기에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두개 이상 많을 정도로 죄질이 나쁜 경우에는 권고 형량범위가 법정형 상한인 징역 5년까지 권고하도록 했다.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중상해는 선고 사건이 모두 현행 양형기준 내에 있는 점, 선고사건 수가 10년간 11건에 불과한 점 등이 고려돼 이번 양형기준 상향 대상에서 제외됐다.
양형위는 내년 1월 중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확정 공개한 뒤 관계기관과 시민단체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3월 열리는 양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위원회 제113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