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양김(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오월동주'가 얼마나 지속될 지 국민의힘 안팎으로 우려가 흘러나온다. 김종인 위원장이 명실공히 원탑의 위치를 분명히 한 데다, 총괄상황본부장에 그의 사람인 임태희 본부장을 앉혀 체계상으로는 김병준 위원장의 패싱이 가능해졌다. 김병준 위원장과 나란히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준석 대표의 견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7일 중앙선대위 첫 회의를 열고 대선 승리를 향한 본격적인 출항에 나섰다. 전날 성대하게 선대위 출범식을 열며 김종인 체제를 대내외에 본격적으로 알렸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선거를 운영하는 주체가 일사불란하게 제대로 잡음 없이 진행해야만 승리를 장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지휘체계를 흔들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의미도 담겼다.
선대위 조직 구성도를 보면 김종인 위원장 밑으로 김병준·이준선 상임선대위원장, 또 다수의 공동선대위원장이 자리한다. 선거에서 '상임'이 차지하는 실질적 비중을 고려하면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름값의 자리로 봐야 한다. 그리고 실제 선거 실무는 각 총괄본부가 책임진다. 정책, 조직, 직능, 홍보미디어, 종합지원의 총괄본부와 총괄특보단은 총괄상황본부 휘하로 구성됐다. 총괄상황본부장은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김종인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같은 김종인계인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전략기획실장을 맡아 선대위에 합류했다.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이 김병준 위원장에게는 형식적 보고에만 그치고 실질적 논의나 지휘는 김종인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받을 경우 김병준 패싱이 현실화될 수 있다. 특히 김종인 위원장이 그간 선대위 합류를 고사하며 다수의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둘 필요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만큼 그의 배척은 노골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김병준 위원장이 강점을 지니고 있는 정책의 경우에도 김종인 위원장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자신 뜻대로 새로 짤 것으로 전해졌다. 이념적으로도 두 사람은 대립한다. 김병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시장주의자이며 김종인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가 개입을 강조하는 등 대척점에 서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더좋은나라전략포럼에 참석해 "시장경제 결과 약자는 도태되고 강자만 남는 게 시장의 기본 속성"이라며 "유명 미국 경제학자가 맹목적으로 시장을 믿는 사람을 '정서적인 불구자'라고 했다"고 했다. 또 "여러 제도 장치를 만들어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게 경제민주화의 본질"이라며 "흔히 (경제민주화를) 사회주의 경제라고 이야기하는데 본인이 무식하다는 이야기"라고 규정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전날 선대위 출범식에서 "국가주의와 대중영합주의가 결합할 때 세계 역사는 파국, 파산, 파멸 결과"라고 했고, 이날 선대위 첫 회의에서도 "국가주의와 포퓰리즘의 결합이 국가 미래를 어떻게 만들지"라며 우려의 시선을 드러냈다. 김병준 위원장은 김종인 위원장 승선 없이 선대위를 가동하며 원톱의 지위를 욕심내기도 했다. 물론 당시 윤석열 후보의 든든한 지원이 뒷받침됐다.
김종인 위원장은 김병준 위원장의 발언 의미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관심 없다"며 "그 사람이 얘기하는 거고, 그 사람 얘기하는 것에 (나는)별로 신경쓰는 사람이 아니다"고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선거를 앞두고 국가주의니, 자유주의니 논쟁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제가 그런 사람을 신경쓰면서 역할할 사람 아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전날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옆자리에 앉았음에도 서로 눈도 맞추지 않는 등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단상에 오르기전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