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중흥건설그룹이
대우건설(047040)의 새 주인이 됐다. 호남의 지역 건설사로 출발한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전국구 건설사로 발돋움할 발판을 얻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독립경영을 유지하면서, 투자와 해외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로 인해 대우건설의 주택 사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흥그룹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가격은 2조600억원으로 알려졌다. 당초 중흥그룹이 제시한 2조1000억원보다 낮아진 금액이다.
중흥그룹은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5개월간 진행해온 인수실무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중흥그룹은 이달 중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중흥은 △독립경영 및 임직원 고용승계보장 △부채비율 개선 △임직원 처우개선 △핵심가치(도전과 열정, 자율과 책임)의 고양 △내부승진 보장 △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 등 현안사항을 선별하고 향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과 협의를 거쳐 상생하는 방향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어떠한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며 “대우건설이 재도약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깊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3년 내 대기업 인수를 통해 재계 서열 20위 안에 진입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또 “경험이 없는 제조업보다는 대우건설 등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중흥의 대우건설 인수는 정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에 관해 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평가가 많았다. 대우건설과 중흥건설의 시공능력순위 차이 때문이다. 올해 기준 대우건설은 5위인 반면 중흥건설그룹은 10위권밖에 위치한다. 중흥토건이 17위, 중흥건설이 40위다.
인수를 마친 후 중흥토건과 중흥건설, 대우건설 등의 시공능력평가액을 단순합산하면 11조9177억원으로 뛴다. 이는 올해 11조3770억원으로 2위에 오른
현대건설(000720)보다 높은 액수다. 재계순위도 47위에서 20위권으로 급상승한다. 중흥으로선 거대해진 덩치와 대우건설의 이름값을 앞세워 서울 및 전국구 단위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셈이다.
중흥건설 사옥. 사진/중흥건설
수년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던 대우건설도 불확실성을 겨우 제거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1999년 10월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인적분할로 설립됐다. 워크아웃 졸업 후인 2006년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다. 그러나 무리한 인수합병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며, 대우건설은 다시 매물로 나왔고 산업은행 관리 아래로 들어갔다.
이후 대우건설 매각이 다시 추진됐다. 2017년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부실이 드러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세번째 매각작업에서 새 주인을 겨우 찾은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흥을 새 주인으로 맞은 대우건설이 주택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밀릴 것이란 얘기가 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비사업 영업 과정에서 경쟁사들이 ‘대우가 아닌 중흥의 푸르지오’라며 공격할 거리가 생긴 셈”이라며 “약점이 하나 생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중흥은 경쟁력 저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GS건설(006360)과 맞붙은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수주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주택 수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건 기우”라며 “브랜드를 통합하거나, 회사간 합병할 계획은 없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