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시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의 일정이 모두 멈췄다. 심의는 멈췄지만 서울시는 다음 주 16일 예정된 본회의를 앞두고 시의원들을 만나 예산안 통과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까지 서울시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공무원은 모두 20명이 넘는다. 부시장은 물론 서울시의회 예산안 심사에 참석해야 하는 간부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추후 확진자가 더 발생할 가능성 때문에 본회의 속개 일정은 불투명하다.
현재 서울시와 시의회는 각각이 원하는 사업 예산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앞서 시의회는 오세훈 시장을 상대로 △검증되지 않은 시장의 공약 및 신규 사업 △사전절차 미이행 및 위반 사업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수립돼 있지 않은 예산 등을 삭감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서울런, 서울형 헬스케어, 안심소득 등 오 시장의 역점 사업 전액 삭감과 동시에 박 전 시장이 추진했던 민간위탁·민간경상보조사업 등을 복원하고 TBS 출연금 증액을 요구했다.
주로 규모가 크지 않은 사업들로 갈등이 이어지면서 민생보다는 여야간 권력 싸움이라는 비판과 함께 준예산 사태가 거론되기도 했다. 준예산이 편성될 경우 서울시와 시의회가 방점을 두는 사업이 모두 멈추게 된다. 예산 의결이 될 때까지 최소한의 인건비만 편성되기 때문에 그 피해가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아직까지 서울시에는 준예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10년 전 오 시장 재임 당시 무상급식 찬반 여부를 놓고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오 시장 사퇴 후 박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시의회가 원하던대로 무상급식 예산이 편성됐다.
코로나19로 민생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다 내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양측도 최악의 사태까지 가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방재정법상 내년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15일 전인 오는 16일에는 예산안 의결이 나야한다. 8일까지 완료됐어야 할 심의가 지연되면서, 늦어도 13일에는 임시회를 열고 심의를 완료해야 한다.
김호평 서울시의회 예결위원장은 “예산심사가 당초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시민에 대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더 이상 예산심사가 지체되지 않도록 올바른 방향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서울시와 시의회 간의 일정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서울시 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임시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시의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한 달 가까이 처리가 지연됐다. 당시 오 시장의 조직개편안은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라며 일부 민주당 시의원들의 반발을 샀었지만 결국 갈등이 일단락 되며 원안 통과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16일 본회의 전까지 일정이 빠듯하지만 아직 협의할 시간이 남았다고 본다”며 “예산이 많이 삭감된 사업은 관계 부서 담당자들이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예결위는 현재 백신접종을 완료한 수동감시자로 분류된 공무원의 2차 PCR검사결과를 확인하는대로 10일 예산 심사 속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6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시정질문에 참석했다. 사진/서울시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