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국가가 과거 위법한 수사로 사형을 집행한 피해자 유족에게 국가배상금과 형사보상금을 실수로 이중 지급하고, 추후 이에 대한 반환 청구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제때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시일이 지나서야 이중 지급된 부분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은 국가를 신뢰한 피해자에 대한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국가가 피해자의 유족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의 위법한 수사와 형의 집행으로 큰 고통과 피해를 입은 A씨가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인식하고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지급받은 형사보상금을 이중지급이라는 이유로 반환해야 한다면 이는 국가의 손해배상 및 형사보상금 지급이 정당한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믿은 A씨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판결 이유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국가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한 데에 형사보상법 6조 2항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국가의 이 사건 부당이득 반환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의 부친 B씨는 과거 수사기관에 의한 고문과 가혹행위에 의한 자백을 기초로 1951년 국방경비법위반죄가 적용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딸 A씨는 국가를 상대로 B씨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2013년 1월 무죄를 확정 받았다.
이어 A씨는 국가를 상대로 B씨와 유족들의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내고, B씨를 불법구금 및 사형 집행한 것에 대한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국가는 A씨에게 2014년 10월 9756만원의 위자료와 같은 해 12월 3797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후 국가는 형사보상법상 같은 원인으로 인한 손해배상금과 형사보상금의 이중지급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A씨에게 나중에 지급받은 3797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이중으로 보상받은 형사보상금을 국가에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A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했다. 이는 형사보상법 5조 1,2항에 따라 잘못된 사형집행에 대한 보상금 기준으로 제시된 3000만원에서 국가 과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절반으로 산정한 금액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청구인이 형사보상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보상결정이 확정되면, 비로소 국가에 대해 확정된 형사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즉 ‘형사보상금지급청구권’이 발생하는데 검사는 이 형사보상 청구사건에서 관련 민사사건 확정판결에 따라 국가가 A씨에게 이미 인정 가능한 형사보상금을 초과하는 위자료를 지급했음을 주장하지 않았다”면서 “검사가 형사보상결정을 송달 받고도 즉시항고하지 않아 형사 보상결정이 그대로 확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