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자금 사정이 악화한 부실징후기업 수가 160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출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정부는 대출 원금 상환 유예 조치와 같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유예 기간이 길어지면서 드러나지 않은 부실징후기업이 더 많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권은행이 올해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160개 기업이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됐다. 부실징후기업은 외부로부터의 자금 지원이나 별도 차입 없이 일상적인 영업활동 등의 현금흐름만으로는 금융기관 차입금 상환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 기업을 말한다.
올해의 경우 작년보다 부실징후기업 수가 3개사 증가했다. 대기업이 작년 4개사에서 올해 3개사로 줄었지만, 중소기업은 작년 153개사에서 올해 157개사로 4개사 늘었다.
다만 금감원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2021년 평균 부실징후기업 수(158개사)가 이전 3년 평균(200개사)에 비해 21%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등 유동성 지원 조치와 함께 기업 실적 개선 등이 원인이란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등으로 기업 자금 사정이 개선되면서 연체율은 최저 수준이며, 회생 신청도 지속 감소했다"며 "2020년 하반기부터 업황 개선·수출 증가세 등이 확연해지며 기업 실적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크게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드러나지 않은 부실징후기업이 더 있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은 한 풀 꺾였지만, 기업대출은 지난달에만 11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인 9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 원금 상환 유예 지원이 길어지면서 올해 10월까지 이미 지원 건수가 100만건을 넘어섰다. 상환이 유예된 이자만 2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대출 상환이 제때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에 부실기업, 우량기업을 가릴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나중에 상환 시점이 돼 봐야 알 수 있겠지만, 부실기업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상환 유예 기간이 지나치게 오래 유지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