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수사기관 출입구 앞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 참고인이 설 자리를 테이프로 표기한 선 ‘포토라인’. 소환되는 피고인 등이 이곳에 잠시 멈추면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입장을 묻는다.
법무부가 2019년 10월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한 이후 포토라인 관행은 사실상 사라졌다. 지난달 말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간 곽상도 전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등 주요 사건 피의자 등도 자연스레 포토라인을 피해갔다.
포토라인과 공인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오랫동안 가라앉지 않고 있다. 포토라인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과 '공인의 범죄행위 의혹'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충돌한다. 전직 대법관, 전직 의원 등이 공인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역시 모호하다.
최근에는 피고인이 공인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 포토라인에 세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제시됐다. '스폰서' 검사의 '스폰서'였던 A씨가 검찰이 자신을 강제로 ‘포토라인’에 세워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검찰이 공인이 아닌 일반인에 대해 초상권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수사기관 공무원들이 호송차량에서 내리기 전 A씨의 얼굴을 가릴 수 있도록 해주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A씨에 대한 촬영, 녹화, 인터뷰가 가능하도록 방치하는 등 구속 피의자인 A씨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해 A씨의 명예와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공인’이 아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 A씨의 신원 및 초상 공개를 정당화할 사유가 없다는 점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민간인의 피의자의 얼굴 등이 언론 등에 대한 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소극적 판단에서 더 나아가 피의자의 얼굴 등을 가릴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의무가 있음을 확인했다.
법무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적 인물(공인)은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장 △대검찰청 검사급(검사장급) 이상 검사 및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법관 △비서관 이상 대통령실 소속 공무원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기업 또는 기업집단 대표이사 등으로 규정돼 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공인에 대한) 법무부의 이 같은 준칙은 강제사항이 아니다”라면서 “공인에 대한 판단 기준이 너무나 모호하고, 공인이든 아니든 국민에게 알권리가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 권리 측면에서 포토라인을 부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 포토라인을 활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문에서 “정치적 성격의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수사기관이 여론재판에 회부하고자 할 경우 포토라인이 인권침해의 가장 효율적인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며 “개인에 대한 유·무죄 판단이 행해지기 이전의 포토라인에서의 촬영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봤다. 포토라인에 서는 행위 자체가 피의자나 참고인을 압박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공인을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명시적으로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포토라인 설치' 등을 금지하는 법무부 훈령(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제28조 제2항)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며 지난해 3월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이 심판에 회부된 지 2년여가 다 돼 가지만 아직까지 헌법재판소 심리가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앞 포토라인.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