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12년 전 성폭행 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사가 재판을 앞두고 구치소 내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후 사망했다.
20일 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구 군 미결 수용시설에 수감 중이던 육군 모 부대 소속 A상사는 전날 오후 5시쯤 빨래터에 갔다가 오후 5시41분쯤 근처 샤워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용시설 의무관이 상태를 확인한 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전 8시59분쯤 사망했다.
A상사는 지난 4월 10일 오후 11시쯤 경북에 있는 한 여군 장교 영외 숙소에 침입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군사경찰 조사 과정에서 2009년 9월 20일 충남 지역 모 군인아파트에서 발생한 강도 성폭행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사람의 DNA가 A상사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A상사는 미제로 남을 뻔했던 이 사건 가해자로 지목되며 사건이 지난 6월 수사로 전환, 재판이 시작됐다.
군 검찰은 A상사가 2009년 9월20일 오전 8시20분쯤 여군 장교 거주지에 복면을 쓰고 침입해 흉기로 협박한 뒤 재물 강취와 성폭행을 시도하려다 실패하자 피해자를 수차례 구타한 뒤 도주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A상사와 같은 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약 3개월간의 치료를 요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상사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DNA 오류 가능성이 있다며 재감정을 신청했다. 당일 그 시간 교회에서 예배를 했다는 게 A상사 측 주장이다. 해당 교회 담임목사에게서 받은 ‘사실확인서’도 법원에 제출했다. 사실확인서에는 “A상사가 주말 근무를 제외하고 매주 주일예배를 성실하게 참석했다”고 적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A상사는 같은 부대에서 1년 넘게 근무했고 16개월 동안 이웃으로 같이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A상사를 범인으로 특정하지 않은 점 등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족에 따르면, A상사는 2009년 사건에 대한 억울함을 지속 피력하며 군 경찰의 DNA 분석 결과에 대한 재감정 신청과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A상사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A상사 얼굴을 충분히 알거나 알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며 “(피해자는) 사건 발생일 이후 2009년 9월 20일까지 A상사와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로서는) 범행 당시 A상사의 (십자가 문신 자국 등) 신체적 특징을 기억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다”면서 “재판부는 피해자의 기억 환기에만 치중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원천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A상사 유족 측은 군 당국의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A상사 부친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어떻게 수용소 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A상사는 이날 오후 육군 교육사령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다.
국방부 미결수용시설은 재판을 받는 간부들이 수감돼 있는 곳이다. 미결수용시설에는 CCTV가 설치돼 있으며 내부를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군사경찰이 상주해 있다고 한다. A상사는 19일 저녁 군사경찰이 샤워실 등을 순찰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샤워실의 경우 수용자 인권 문제로 CCTV 감시 범위에서 제외돼 있다.
육군은 A상사의 극단적 선택 이유와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지금 육군 중앙수사단에서 사건을 조사 중"이라며 A상사가 사망한 샤워실 주변 CCTV 확인 여부 등에 대해서도 "지금 시점에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