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삼성페이와 연계망을 경쟁적으로 구축했던 카드사들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삼성카드에 이어 우리카드는 자체 앱을 통한 삼성페이 연계 결제 서비스를 종료한다. 카드사 간 결제 수단을 호환하는 개방형 페이 시스템 도입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내년 1월12일부터 자체 앱 '우리WON카드'에서 제공 중인 삼성페이 간편등록 및 결제 서비스를 종료한다. 이 서비스는 우리카드 앱을 통해 삼성페이에 카드를 등록하고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이다. 우리카드 고객이 삼성페이 앱을 구동하지 않고도 우리카드 결제 앱 내에서 바로 삼성페이에 등록된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계좌결제 서비스를 삼성페이 앱에 연계하는 것도 중단된다. 우리카드 측은 서비스 종료일 이전까지만 삼성페이에 등록된 우리페이 계좌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페이 계좌결제 서비스는 고객이 계좌 정보를 입력하면 가상의 체크카드가 발급돼 가맹점에서 즉시 출금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앞서 삼성카드는 지난 8월부터 삼성카드 앱을 통한 삼성페이 결제 서비스를 종료했다. 삼성카드 고객들도 삼성카드 앱을 통해서 삼성페이 연동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카드사들이 삼성페이와 연계망을 축소하는 건 그동안의 전략과 상반된 모습이다. 카드사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결제 확산하자 간편결제 업체와 경쟁적으로 제휴를 맺고 결제 서비스를 연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연계망을 마련해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간편결제 이용 고객을 역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던 카드사들이 최근 일제히 삼성페이와 벽을 쌓기로 하자 '개방형 페이' 도입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카드사들은 여신금융협회 모바일협의체 회의에서 페이 개방에 전격 합의했다.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와 농협카드는 삼성페이처럼 상호 결제 수단을 서로 호환해 결제 범용성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 카드사들은 개방형 페이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개방형 페이가 도입되면 사실상 간편결제 앱과 같은 범용성을 갖추는 만큼 삼성페이와 연계 서비스를 유지할 유인이 사라진다.
이미 신한카드와 국민카드는 서로 결제 수단 개방에 합의하고 내년부터 해당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먼저 개방형 결제 서비스를 구축하는 카드사로 고객이 쏠릴 수 있는 만큼 나머지 카드사들도 잇달아 제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카드 측에서는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삼성페이 연동 결제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개방형 페이 도입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부 사정으로 연계 결제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당사 앱에서도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면서 "QR코드, 바코드 결제로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방형 페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카드가 우리카드 자체 앱에서 제공 중인 삼성페이 연계 결제 서비스를 내년 1월 종료한다. 사진은 우리카드 본사. 사진/우리카드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