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부산의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던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추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다.
이동진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 회장과 피해자 29명은 28일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총 132억원이지만, 인지대 등 소송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사정 등으로 우선 피해자별로 1년분의 위자료만을 청구한 뒤 청구 취지를 확장할 예정이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박태동 변호사(법무법인 일호)는 "이번 소송 피해자들 대부분은 10대 이하의 어린 나이에 강제로 끌려가 가족과 생이별 한 분 들"이라며 "7세에 동네에서 놀다가 친형과 함께 강제로 수용된 피해자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을 찾으러 간 아버지까지 강제수용돼 일가족의 삶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 중 자살 충동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 고통이 극심하고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고통 속에서 살아남았으나, 정부의 무관심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 여전히 형제복지원에 감금된 것과 같은 고통 속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소송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70년대 초반에 강제수용된 경우로서 지난 5월 제기된 소송의 피해자들과 비교해 대부분 고령자"라면서 "요양원에 입원 중인 피해자도 있어 앞으로 3년~4년이 더 소요될 수도 있는 과거사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피해자 13인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힘겹게 마련된 강제조정안이 국가의 이의신청에 의해 무참히 결렬되는 것을 보고 더는 국가의 자발적인 보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은 지난 1960년 형제육아원을 시작으로 1971년 형제원을 거쳐 1979년 형제복지원으로 이름을 바꾼 부산 북구의 대규모 부랑인 수용시설이다.
특히 박정희정권이 부랑인을 단속하고 시설에 수용하기 위해 제정한 내무부훈령 410호, 부산시와 맺은 부랑인 선도 위탁 계약에 따라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총 3000여명을 수용했지만, 불법 감금과 강제노역, 구타, 학대, 성폭행 등이 자행됐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앞서 형제복지원 서울·경기지역 피해자협의회 소속 13명은 지난 5월20일 서울중앙지법에 총 80억원 상당의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7일 해당 손해배상 소송의 조정기일에서 1인당 수용 기간 1년 기준 피해 금액을 약 5900만원으로 산정해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약 25억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강제조정 결정을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달 초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 사건에 관해 조사하고 있어 정확한 피해 내용과 피해자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이의를 신청했다.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접수해 진상 규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박경보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 자문위원장과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일호가 지난 6월2일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피해자 60여명의 진실 규명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사진/법무법인 일호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