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김태진 기자] 2년 전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2년차인 올해 12월 국내 유입된 신종 변이의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델타 변이에 이어 전파력이 3~5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까지 '4차 대유행' 탓에 K-방역의 부담과 국민 희생이 더욱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찬사를 받던 'K-방역 자랑거리'는 'K방역 신기루'에서 'K방역 위기'까지 사실상 심판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특별방역대책의 성공 여부가 마지막 문재인 정부의 K-방역 성패를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30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62만938명이다. 감염경로를 보면 해외유입은 1만7119명, 나머지 60만3819명은 지역사회에서 감염됐다. 누적 사망자 수는 총 5382명이다.
국내 코로나19 창궐의 역사는 지난 2020년 1월 2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국적의 35세 여성(우한 거주)이 입국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확산이 시작됐다. 이후 약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 첫 환자 발생 후 한 달 째인 2월 18일까지 확진자 는 매일 한 자릿 수에 불과했다. 당시 정부는 마스크 생산·판매량을 직접 관리하고, 수출을 통제해 국내 감염확산 방지에 집중했다.
자동차 이동형(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등 확산을 막기 위한 갖가지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보건복지부 소속이었던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1740억원 이상 예산을 증액하고 공무원도 569명 늘렸다.
올해 6월 전까지 우리나라 방역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해외에서 수만명 단위의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올 때도 국내 확진자 수는 1000명이 넘는 11일을 제외하고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K-방역'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6월 하순 방역 상황이 불안해지는 가운데 정부는 우리 백신 접종자가 세계 20위권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방역지침도 완화하려 했다. 그러나 이날로부터 보름 만에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넘는 4차 대유행의 서막이 시작됐다.
30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61만5532명까지 늘었다. 감염경로를 보면 해외유입은 1만6995명, 나머지 59만8537명은 지역사회에서 감염됐다. 사진은 분기별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사진/뉴스토마토
K-방역을 무너뜨리기 시작한 건 델타 변이 바이러스다. 작년 10월 인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델타 변이는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번지며 국내에도 유입됐다.
국내 델타 변이 확진자는 지난 6월 기준 3.3%에 불과했다. 그러나 고작 3개월 만에 전체 확진자의 99%를 차지하며 우세종으로 올라섰다. 7월 무렵 시작된 '4차 대유행'도 델타 변이 때문이다. 델타 변이는 비변이 바이러스 대비 2.4배 높은 전파력을 가졌다. '알파', '베타', '감마' 등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다른 우려 변이 바이러스들을 제치고 최단기간 국내 우세종된 이유다.
확진자 수는 올 8월 초 첫 2000명대 시작으로 9월 3000명대, 10월 4000명대까지 늘었다. 방역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11월 정부는 위드코로나를 선언한 해외 백신 선진국들처럼 국내 일상회복을 시작했다.
국민 백신접종률 70%를 토대로 시작한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도 성급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한 이후이기 때문이다. 12월 확진자 수는 5000~7000명대 규모를 보이고 있다. 확진자가 1만명대 올라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전국 사적모임 4명, 식당·카페 오후 9시 영업제한 등 또 다시 빗장을 걸었다.
확진자 폭증과 백신 효과 감소에 따른 돌파감염자가 고령층 사이에서 속출하며 정부의 의료대응 체계는 현재 붕괴 직전인 상태다. 전문가들은 병상가동률이 80% 이상이면 사실상 포화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현재 확진자가 집중된 수도권의 경우 병상가동률은 이 수치에 근접해있다.
신종 오미크론 변이까지 등장하면서 K-방역은 심판대에 올라선 형국이다.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 3~5배가량 높다고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는 1~2달 사이 국내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내 신종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는 558명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코로나19 유행 판도의 '게임 체인저'라 불리는 경구용 치료제는 1월 중순 국내 도입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미 오미크론 변이의 지역사회 확산 차단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경구용 치료제의 국내 도입 전까지 확산을 최대한 늦추는 방역전략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경구용 치료제는 화이자사의 '팍스로비드'다. 정부는 팍스로비드를 포함한 경구용 치료제 총 100만4000명분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임상시험 결과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환자의 입원·사망 위험을 89%까지 줄이는 효과를 냈다. 이러한 예방효과를 보이는 팍스로비드는 포화 상태인 중환자실 병상가동률을 낮추는 등 의료체계 붕괴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태수 보건사회연구원장은 “시민참여형 방역 전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성하기 위해 정부는 국민 보호의 책임을 다하고 국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시민정신에 기초해 방역의무를 스스로 이행하는 등 자율성을 보장받도록 하는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61만5532명까지 늘었다. 감염경로를 보면 해외유입은 1만6995명, 나머지 59만8537명은 지역사회에서 감염됐다. 사진은 선별진료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김태진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