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충북=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급락한 지지율 흐름을 반전시킬 카드로 내세운 것은 '반문(문재인)' 정서였다. 반문 정점에 자신을 서게 함으로써 정권심판의 여론을 최대한 결집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보수표심을 다독여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으로 흔들릴 수 있는 여지 차단에 나섰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격한 발언들을 쏟아내며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 점은 분명 실패로 인식됐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2일 기자들과 만나 "비서실에서 후보 메시지를 (준비)하는데 후보 성향에 맞춰 만들다 보니(부족했다)"며 "선거 때는 후보 성향에 맞추면 안 된다. 국민정서에 맞춰 메시지를 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것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윤 후보의 메시지, 연설 등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거침없는 윤 후보 발언에 대한 '제어' 차원으로 해석됐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시에서 열린 경북 선대위 출범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윤 후보는 연말 1박2일의 대구·경북(TK) 일정 과정에서 현 정부를 향한 잇단 과격한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달 29일 경북 선대위, 30일 대구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3류 바보', '미친 사람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후보와 윤 후보 가족, 국민의힘 의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을 놓고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짓거리를 하고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는 거냐"며 김진욱 공수처장의 사퇴와 구속수사를 주장했다. 경북 선대위 출범식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정책이 계속 바뀐다며 "이런 사람이랑 토론해야겠나. 같잖다"고 표현했다.
이외에도 과거 논란이 됐던 군사독재정권 미화나 민주화운동 부정 등의 해석 여지가 있는 발언을 반복하며 보수 결집에 집중했다. 윤 후보는 경북 선대위 출범식에서 "(이 정부는)무식한 3류 바보로, 나라·경제· 외교·안보 전부 망쳐놓고 무능을 넘어 사찰에 권위 독재정부가 하던(일을 한다)"며 "독재정부는 산업화 기반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정부는 뭐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정부에 과거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며 "좌익 혁명 이념, 북한 주사이론 등을 배워서 민주화운동 대열에 끼어 마치 민주화 투사처럼 자기들끼리 도와가며 살아온 집단이 이번 정권 들어서 국가와 국민을 약탈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달 30일 대구광역시 국립신암선열공원 참배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김종인 위원장은 이러한 언행에 제동을 걸며 향후 선대위에서 메시지 관리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이다. 보수 표심을 다잡기 위한 윤 후보의 발언이 과격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윤 후보는 필요한 말을 했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31일 충북 단양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강한 워딩이라 생각 안 한다. 선대위 출범식에서 필요한 말이라 판단해서 한 것"이라며 "그동안 민주당이 저를 공격한 것에 비하면, 제가 자주 이런 것을 했나"라고 반록했다.
한편 보수 표심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서는 지속해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국민통합'을 언급했다. 윤 후보는 과거 2016년 탄핵 정국에서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의 중형을 이끌었다. 이후 적폐청산 공로를 인정받아 현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 이르렀다. 강성 친박계인 우리공화당은 윤 후보의 TK 방문에 맞춰 "박근혜 대통령께 사죄하라", "뻐꾸기보수 아웃, 후보교체가 답이다" 등의 피켓을 들고 항의집회를 열었다. 윤 후보는 단양 구인사 법회 참석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공직자 신분으로서 법 집행을 한 부분"이라며 "(현재는)정치인으로서 국가를 위해 크게 기여한 분에 대한 평가, 국민통합 등을 생각해야 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 당선으로 건넌가 했던 '탄핵의 강'이 다시 '늪'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구·경북·충북=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